가상화폐가 진짜 화폐가 됐다.
현지시간으로 9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법정 통화로 승인됐다. 해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중남미에 위치한 국가 엘살바도르가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자국의 법정 통화로 승인했다. 법정 통화는 국가의 법에 따라서 통용력과 지불 능력이 인정된 화폐를 의미한다. 이제 비트코인을 엘살바도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시작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5일 한 비트코인 콘퍼런스 화상회의에서 깜짝 발언을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법정 통화로 사용될 수 있도록 승인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식 경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국회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는 표결에 들어갔고 이 승인안은 84표 중 62표를 받아 과반을 넘겼다. 따라서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은 법정 통화로 자리 잡았다.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게 된 것.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엘살바도르의 유일한 법정 통화는 미국 달러였다. 미국 달러는 꽤 안정성이 높은 화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달러화와 함께 법정 통화로 인정했다. 도대체 무슨 속내가 감춰져 있는 것일까?
알고보면 국민들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부켈레 대통령의 말과 일맥상통하다. 현재 엘살바도르에서 은행이나 주식 시장 등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고. 따라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금융 서비스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 비트코인 승인이라는 고육지책을 내건 것.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승인하면서 이와 함께 디지털 지갑 업체인 스트라이크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양 측은 비트코인 기술을 활용해 엘살바도르에 현대적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른 통화들과 달리 비트코인은 등락률이 과하게 높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의 한 마디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무언가를 구매한 뒤 이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돈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갑자기 비트코인이 폭락할 경우 손해를 안게 된다.
이에 대해 부켈레 대통령은 "정부가 암호화폐의 가격 등락 위험을 감수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겠다"라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엘살바도르는 자국 개발은행 내에 수탁기관을 설립해 비트코인을 바로 달러와 교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1억 5천만 달러를 비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