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교계와 정부 안팎에서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 방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데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최근 해외 순방 과정에서 각국 교계 인사들에게 '교황이 방북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키며 사실상 협조를 구하면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를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5일(현지시간) 니더외스터라이히주(州) 소재 하일리겐크로이츠(성십자) 수도원을 방문했을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장에게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교황은 내 방북 제안을 수락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했다. 아직 교황 방북이 성사되지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도 월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나 2018년 당시 교황으로부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얘길 들었다고 소개하면서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교황을 직접 알현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로부터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김 총비서는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교황 초청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교황도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할 것이다. 난 거기에 갈 수 있다"고 호응했고, 그 뒤 교황청 외교부 내 '중국팀'에서도 북한 측의 초청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두 번째 회담이 결렬된 데다, 그 여파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마저 사그라들면서 교황 방북 또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황은 올 4월 유 대주교에게 직접 장관직을 제안하는 자리에서도 "준비가 되면 북한에 가겠다"면서 방북 의사를 재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대주교도 이달 1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지금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북한이 교황을 초청해 방북이 실현된다면 남북한 간의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 이는 북한에도 큰 도움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이젠 정말 분쟁과 갈등·반복을 극복하고 평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교황청 일을 하면서 그런 기대와 역할이 주어진다면 적극 노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과거 교계 차원의 대북 지원 사업에도 적극 관여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교황 방북이 실제 추진될 경우 유 대주교가 교황의 '특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유 대주교의 교황청 장관을 임명을 축하하는 축전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 기대가 크다"고 밝힌 것 역시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서도 유 대주교의 교황청 장관 임명으로 교황 방북에 "굉장히 희망적인 여건"(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년 반 동안 국경을 '봉쇄'하고 국제열차·항공편의 운항마저 중단한 점 등을 들어 "교황 초청 의지가 있더라도 당장 공식 초청장을 보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리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대주교의 (교황청) 장관 임명을 계기로 (교황 방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교황 방북이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이 호응해 교황 방북이 성사될 수 있길 바란다"며 "방북 논의가 진행될 때 성사될 수 있도록 계속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