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한미일 3국 북핵대표 협상을 위해 방한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케히로 국장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측 파트너인 이상렬 외교부 아태국장도 만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 만남에서 갈등이 확산될지 봉합될지가 관건이다.
지난 12~13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양국 간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까지 나서 비방에 동참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일 정상이 G7 정상회의에서 약식으로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막판에 일본 측이 '독도' 문제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며 "사실에 반할 뿐 아니라 일방적인 발표는 매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공방은 끝나지 않고 당국자들의 비방으로 확전됐다. 먼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G7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움직임으로 한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조건을 제시한 듯한 뜻을 전했다.
우리 측에선 강경 발언으로 맞섰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일본측이 일방적으로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에 대해 "일본은 한국이 계속 부각이 되니 여러 가지 심술도 나는 것 같다"며 "우리 항복을 전제로 만나준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인 윤건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본에 대해 '소아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꼬집었고 "이번 기회에 (올림픽 보이콧 등을 통해) 단호하게 일본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부의 기조와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공조에 발을 맟춰 악화됐던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이 상황 속 한일 국장급 회동 이후 한일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일본이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한일 갈등을 잠시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워낙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 단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강제징용·위안부 과거사 문제뿐 아니라 독도 문제를 놓고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한 것에 국내 정치권 일각에선 '올림픽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치권을 통해 감정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고 해도 (한일관계 개선에) 큰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사실상 이 상황에서 진전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국장급 협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협력이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대한 내용이 오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