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승객에게 낮은 평점을 받은 카카오택시 기사는 배차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평점이 일정 기준보다 낮은 택시 기사의 '유료' 멤버십 가입을 거부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면서다.
이에 이용자는 더 나은 택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상황. 다만 배달앱의 경우 별점 평가 시스템이 자영업자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도 택시 기사들을 위해 '평점 테러'의 해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평점 기준치 미달하면 '프로 멤버십' 거부 또는 해지
13일 택시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2일부터 카카오T 택시 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인 '프로 멤버십'에 새 약관을 적용한다.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부여하는 평점을 통해 멤버십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프로멤버십은 택시 기사가 월 9만9000원을 내면,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보다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택시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확인하는 '목적지 부스터'를 포함해 '실시간 콜 수요 지도' '단골 승객 배차 혜택'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앞으로 해당 멤버십에 신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며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신 기사님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기 위해 평점 기준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금도 카카오택시 이용객은 기사에 대해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이 평점은 단순 참고용이었지만, 이제 평점을 근거로 가입 택시 기사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이야기다.
◇ 택시기사 "우리도 이제 별점 노예…별점 테러 무방비"
문제는 이미 배달앱에서 논란이 되는 '별점 테러' 현상이 택시앱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별점 테러는 일부 소비자들이 별점을 '무기'로 삼고 음식점 자영업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행하는 형태다.
실제 지난 5월엔 한 음식 배달앱 이용자가 식당 주인에게 과도하게 환불을 요청하며 별점 1점과 악성 리뷰를 게시했고, 스트레스를 못 이긴 식당 주인이 뇌출혈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소비자의 정보 제공 차원에서 도입한 별점 평가 시스템이 소비자의 '갑질'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
실제 택시 기사들은 앞으로 '별점의 노예'로 전락하게 생겼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택시 기사 백모씨(60대)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 술에 취해 운전 똑바로 하라며 욕설을 퍼붓거나, 핸들을 붙드는 승객을 만나는 일이 허다하다"며 "앞으로는 어떻게 승객들의 갑질을 어떻게 대응 해야할까 고민중이다"고 밝혔다.
택시 기사들은 낮은 별점을 피하기 위해선 앞으로 웬만한 폭언은 참고, 무리한 요구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평점은 곧 택시기사의 '밥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 카카오 "한 두개 평점 테러로 '평균' 흔들리지 않아…기사 불만은 개선"
이같은 지적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별점 평가의 용도가 일반적인 배달앱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별점 테러'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별점 '평균'을 산출하기 때문에 한 두개의 낮은 평점으로 택시 기사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일반적인 커머스 앱과 달리 카카오택시는 이용자가 기사의 평점을 보고 택시를 부르지 않는다"며 평점에 의해 기사의 호출 빈도가 좌우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이용자가 악의를 가지고 별점을 낮게 주는 일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다만 저희는 평점의 평균을 내기 때문에, 고르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님들은 평점이 낮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사님들과의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기사님이 평점과 관련해 소명할 일이 있거나, 불만이 있다고 건의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