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간첩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남북 관계에서 '간첩'이라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고 요즘 같은 세상에서 간첩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영화 속 재료로 남아있던 존재가 바로 간첩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간첩이 활동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복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30일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국정원은 우리나라 사람 네 명을 국가보안법 6조 2항(특수잠입·탈출) 등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상당히 오래돼 폐지까지 논의하고 있는 법률 중 하나다.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됐고 여러 번 개정을 거친 법이다. 과거에 있었던 반공법이 폐지되면서 비슷한 문구들이 국가보안법에 추가됐다.
이 법은 반국가단체의 구성 또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등이 목적 수행을 위해 행위를 했을 경우 죄를 적용 받는다. 그리고 북한 공산집단의 구성원이나 지지자, 또는 이들의 활동을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보는 것.
따라서 시대가 지나자 이 법에 대한 폐지 여론도 상당히 많았다. 진보적인 정치 활동을 비롯해 정치적 자유를 위해서는 이 법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 특히 과거 간첩조작 사건 등 국가의 공권력이 이 법을 악용해서 정치적인 행위를 했다는 어두운 과거가 있기에 더욱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당히 심각해 보인다.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국정원은 네 명이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을 반대하는 활동 과정에서 이러한 지령을 받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지역 신문사 대표인 A씨와 시민단체 출신인 B씨 또한 포함돼 있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찰은 일단 지난 5월 말 이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한 상황. 29일에는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청주지법에서 예정됐지만 네 명 모두 참석하지 않아 열리지 않았다.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네 명은 "변호인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를 하며 법원에 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등은 일단 구인영장을 집행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다음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