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선수들은 지금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일 터이다.
중국은 금메달 30개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선수들이 금메달을 못 따면 애국심이 없는 사람 또는 반역자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영국의 BBC가 3일 보도했다.
중국 탁구 혼합 복식팀은 은메달을 땄지만 눈물을 흘리며 사과해야 했다. 일본의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 조는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쉬신-류스원 조를 세트스코어 4-3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일본이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일본은 올림픽 탁구에서 금메달을 따낸 4번째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탁구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 스웨덴 밖에 없었다.
한국이 양국을 석권하듯 중국은 탁구를 석권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 양궁대표가 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듯 중국에도 올림픽 금메달보다 중국 탁구 대표가 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일본은 중일전쟁 때 만주를 점령했다. 따라서 중국과 일본은 불구대천의 원수다.
하필 일본에게 지자 중국의 이른바 ‘키보드 워리어’들은 "탁구 혼합 복식팀이 나라를 망쳤다"며 선수들을 공격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의 배드민튼 선수들이 대만의 선수들에게 패해 금메달을 놓치자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은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대만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내주었다. 대만이 중국을 제치고 남자 배트민튼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전에는 용서될 수도 있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만도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면서 양안 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미중패권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만을 힘껏 돕고 있다.
중국은 대만인들이 외세에 편승해 조국을 배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졌으니 중국 배드민튼 선수들은 누리꾼들의 '욕받이'가 돼야 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 첫 금메달을 선물한 사격 선수 양치엔은 자신의 웨이보에 나이키 컬렉션을 올렸다.
그러나 '중국 운동선수가 왜 나이키 신발을 수집하는가'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며 그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결국 그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나이키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노역을 문제 삼으며 신장산 면화를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라이덴 아시아 센터 소장인 플로리안 슈나이더 박사는 "중국인들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개인의 기량은 물론 국가의 존엄성을 떨치는 수단"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심지어 국가를 배신한 배신자로 매도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것은 미중 패권전쟁으로 미국이 시도 때도 없이 중국을 공격하자 중국이 단결해야 한다는 각성이 일고 있고,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올림픽이 중국인들이 과도한 애국심을 분출하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1등이다. 그것도 압도적 1등이다. 금메달이 2위인 미국(22개)보다 무려 8개나 많다. 중국이 얼마나 더 많은 금메달을 따야 중화주의가 만족될까?
[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