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은, 당연히 지금까지의 올림픽 역사와는 전혀 다른 페이지를 만들었다. 한때 개최조차 불투명했고 그래서 1년을 미뤘음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도쿄 올림픽의 화두는 시작부터 끝까지 코로나19였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공산이 큰 도쿄 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3일 개막했던 2020 도쿄 올림픽이 8일 저녁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 세계 총 206개국에서 모인 세계 최고의 운동 선수들은 17일간의 열띤 승부를 펼쳐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스타가 탄생하고, 놀라운 기록들이 쓰여졌지만 2020 도쿄 올림픽 최대 화두는 역시 '코로나19' 일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시기에 전 세계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집결하는 국제대회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19 시대의 올림픽은, 선수와 관계자, 취재진 등 올림픽 패밀리들이 도쿄 땅을 밟을 때부터 과정이 달랐다.
모든 이들은 일본으로 향하기 전부터 수 차례 검사를 통과해야 했다. 또한 일본에 들어간 뒤 개인의 이동 동선도 사전에 계획해 제출해야 했고,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했다. 이중 충족하지 못한 것 때문에 입국 과정에서부터 곤혹을 치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선수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코로나19 검사를 비롯한 여러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비행기 착륙 이후에도 평소보다 공항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부 선수들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올림픽을 개최해야 했던 것인가"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입국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취재진은 숙소에서 일단 자가격리를 진행해야 했고, 일본 입국 후 첫 14일 동안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수송차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이었고, 이용 인원이 많은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이 지켜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선수들 역시 애를 먹었다. 취재진처럼 갑갑했다에 그칠 문제가 아니었다.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해야할 올림픽인데 그럴 여건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선수촌 내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고, 이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는 경우도 많았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선수촌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공포감이 커지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적막한 경기장이었다. 도쿄에서만 하루 수 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분위기에 올림픽은 무관중으로 개최됐다. 개막식부터 폐회식까지 경기장은 텅 빈 채로 진행됐다. 선수단 관계자 소수가 객석을 채우기도 했지만 관중들의 환호가 없는 경기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올림픽 내내 코로나19와의 전쟁이 펼쳐졌으나 그렇다고 방역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7월1일부터 올림픽 폐막 하루 전까지 집계된 도쿄 올림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00명을 훌쩍 넘었다. 일각에서는 대회 기간 중 도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 올림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표를 찍었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이정표인 것은 사실이다. 호불호를 떠나, 이 대회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낸 노력의 정도는 가늠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성공이냐 실패냐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가 필요해 보인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은 도쿄 올림픽이 철저한 방역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에 올림픽을 강행한 것이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