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업 종사자 A씨는 최근 회사의 경영상 이유로 퇴사했다. 그는 사측에 퇴직금 지급과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회사의 경영상 이유로 인한 퇴사'로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인사팀 담당자는 "퇴직금을 포기하면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제대로 해주겠다"고 답했다. A씨는 회사가 이미 고용보험 상실 신고 당시 사유를 '자발적 퇴사'로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A씨처럼 실업급여 지급 조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실업급여를 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8일 주장했다.
이들은 "실업급여는 실업기간 중 생활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것이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면서도 "여러 요건 중 '이직 사유가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것'을 둘러싸고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가 제보 받은 사례를 통해 확인한 괴롭힘에는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퇴사 종용 등 직장 내 괴롭힘 동원 △정부지원금 등 이유로 자발적 퇴사 처리하겠다며 실업급여 수급 방해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이직확인서에 기재된 이직 사유는 수급자격 제한 사유를 판단하는 자료로서 실업급여 수급에 결정적 요건"이라며 "만약 기간 내 이직확인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사업주가 이직확인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근로복지공단이 거짓으로 작성된 이직확인서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평균 1355건으로, 노동자가 전체 확인청구를 한 2만6649건의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발적 퇴사자를 포함한 모든 퇴사자에게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 노사에 균등 분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경우 노동자의 입증책임 완화 △정부지원금 중단 사유에 '자진 퇴사 강요' 추가를 권고했다.
최혜인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사용자가 이직확인서를 어떻게 기재하느냐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현행 구조에서는 사용자가 마치 자신이 베푸는 시혜처럼 실업급여제도를 이용해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할 수 있다"며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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