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나올 정도로 보기 불쾌했다" "온갖 부조리에 답답하고 화가 났다" "보다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올 거 같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를 접한 일부 시민들 반응이다. 얼핏 보면 부정적인 감상평 같지만, 이들은 "그만큼 고증이 완벽해 몰입도가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D.P.'는 2015년 발표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2014년 다양한 이유로 탈영한 군인들을 그린다.
'D.P.'는 당시 군대에서 발생한 폭력과 가혹행위 등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군인들은 병사 업무와 관계없는 기수표 암기를 강요하거나 폭력 동원한다. 코 고는 후임병에게 방독면 씌운 뒤 물 고문을 하거나, 가래침을 먹이고, 속옷을 벗겨 체모를 태우거나 자위행위까지 강요한다.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근무이탈체포조(D.P)로 복무한 작가의 경험과 실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사실성에 주목한다.
작중 배경인 2014년은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구타해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과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병사의 의무와 관련 없는 암기를 강요한 공군 상병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가혹행위와 부조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올 5월에도 해병 후임에게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지시한 뒤 강제추행한 선임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제대군인들은 이런 사실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해병대에서 헌병으로 근무한 20대 임진모씨(가명)는 "같은 군번 때 얘기라서 몰입도가 정말 높았다"라며 "태어나서 처음 원작인 만화책을 샀다"고 했다.
임씨는 "드라마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있던 곳도 부조리가 많았다"라며 "여전히 바뀌지 않는 군대 현실이 느껴져 답답했다"고 했다.
80년대 군번인 50대 남성 정혜수씨는 "예나 지금이나 군대에 가서 힘들었던 점은 일이 아니라 '고참'"이라며 "군대 다녀온 내 자식도 고참 때문에 힘들어했다"라고 했다. 정씨는 "군 간부도 포기하고 방관하니까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들의 반응도 뜨겁다. 남자친구와 함께 'D.P.'를 시청한 30대 여성 전이나씨(가명)는 "요즘 난리라고 해서 얼떨결에 보게 됐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라며 "주변에서 군대에 간다고 하면 걱정될 거 같다"고 했다. 전씨의 남자친구는 "PTSD 올 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40대 여성 임지연씨는 "당장 군대 갈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보는 내내 너무 가슴 아팠다"라며 "요즘 군대가 좋아졌다지만 저런 일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더 널리 알려져 군에 제대로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역했거나 전역을 앞둔 남성들 사이에서는 '요즘 군대'와는 차이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장교로 복무하다 올해 전역한 26세 한주혁씨(가명)는 "실제 군 생활과는 차이가 있다"라며 "소원 수리나 마편(마음의 편지) 등으로 부조리나 폭언·폭행 등을 알리다 보니 대놓고 하는 부조리는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리는 더 교묘해졌고, 오히려 후임이 선임을 상대로 '역관광'하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역을 앞둔 현역 군인 김수한씨(가명)는 "부대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내가 있는 곳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라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에서 그려낸 부당한 모습도 실제 있겠지만, 자기 잘못까지 전부 남 탓, 군대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 김보통씨는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