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장에서는 불쾌할 만한 일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가 국내에 상영될 예정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심의를 거쳐 중국 영화인 '1953 금성 대전투'란 중국 영화에 대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곧 국내 시장에 풀린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지난 1953년 7월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금성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4억 위안(약 717억원)을 투입했다. 애국주의와 SF영화를 제작한 중국 흥행 감독들이 공동으로 연출했고 중국 내의 유명 배우들도 다수 등장한다.
문제는 이 영화가 우리 국군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는 것. 금성 전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슴 아픈 기록이다. 이 전투는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일 때 강원도 김화군과 화천군 간동면 일대에서 중공군이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중공군이 우리 땅에서 전쟁을 벌인 것.
당시 우리 국군은 중공군의 공세에 밀려 남쪽으로 밀렸다. 이후 반격에 나서서 빼앗긴 지역 일부를 회복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서 첫 주둔지에 비해 후방으로 약 4km 후퇴한 상태에서 전투가 멈췄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전투를 통해 우리 군은 전사자 1,701명을 비롯해 부상자 7,548명, 국군 포로 혹은 실종자 4,136명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우리 국군을 공격한 중공군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셈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해당 영화에 대한 소개가 간략하다. 이번달 16일에 개봉 한다면서 줄거리에는 '6·25전쟁 끝 무렵인 1953년 여름, 40만 명이 넘는 미군과 중공군이 금강산 금성 돌출부를 두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라고 적혀있다. 우리 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다르게 소개되고 있다.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라면서 '의용군 전사들이 적과 아군의 전력 격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억척같이 싸워 나가는 영웅적인 행위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단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는 상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9월 중순에 주문형 비디오인 VOD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 영화에 대한 등급 분류를 신청한 회사 또한 "극장 개봉용은 아니고 가정용 VOD"라면서 "영화에는 미군과 중국군의 대결만 나오고 한국군은 나오지 않는다"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