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했으니 유죄가 나오지 않을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사가 직접 손으로 환자의 신체 부위를 만지면서 치료하는 것이 도수치료다. 맨손으로 척추나 관절 등의 부위를 바로잡고 통증을 완화시킨다. 정형외과 등에서는 본격적으로 도수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거리가 있다. 도수치료는 어쩔 수 없이 치료사와 환자 간의 신체 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물론 치료에 해당되는 행위이지만 이것이 성추행 등 성범죄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도수치료 행위 중 성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광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진만)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36세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 동안 아동·청소년·장애인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무죄를 선고한 1심이 뒤집힌 것.
A씨의 이야기는 지난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전남의 한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는 20대 여성 환자 B씨를 맡았다. 그런데 그는 도수치료를 했다가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A씨는 당시 B씨를 침대에 눕히면서 성적 수치심이 들 만한 발언과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에게 "제가 스스럼없이 잘 벗긴다"라거나 "남자친구 있으면 만져 달라고 하면 되는데 저는 좀 그렇죠?"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성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었던 것.
심지어 A씨는 좀 더 과감하게 B씨에게 행동하기도 했다. A씨는 B씨의 가슴과 배 부위를 양 손으로 만지면서 B씨의 손을 억지로 자신의 배에 갖다 대도록 했다. 그리고 B씨의 한쪽 다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우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이다.
당시 1심에서는 A씨의 발언에 성희롱 여지가 있고 사전에 치료 행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은 있지만 성추행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치료를 핑계로 여성 피해자를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도 엄벌을 원한다"라면서 이를 뒤집었다.
이 판결은 향후 도수치료에서 충분한 사전 설명이 있어야 성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통상적 도수치료는 환자의 옷 위를 자극해 이뤄지고 환자의 맨살 접촉이나 신체 부위 노출은 최소한으로 제한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기존 치료 방법에서 벗어난 과도한 신체 접촉은 성추행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