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짝퉁'을 국방에 활용한다고?
최근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육군에 중국산 '짝퉁' 해안 감시장비를 납품한 업체 관계자 5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 받았다. 대부분 육군에 원거리 카메라 등을 납품한 관계자들이다.
납품 업체 측은 그동안 입찰 과정에서 허위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해왔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조한 장비를 군에 납품하겠다는 것. 하지만 알고보니 속칭 '라벨 갈이'를 통해 중국산 장비를 납품해 왔다고. 중국산 제품을 국산 제품으로 속여서 군에 판매한 것.
문제는 이 제품이 우리나라의 국방 최전선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약 219억원 규모였다. 우리나라 해안 일대 경계를 맡고 있는 9개 사단에 이 제품이 들어갔다. 현재는 모든 감시장비가 설치된 상황. 과거 귀순 사건으로 '경계 취약지'라는 평가를 받은 곳에서도 설치됐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육군에서는 중국산 '짝퉁'을 쓰면서도 "기능에 문제가 없어 정상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국가수사본부가 이 문제를 놓고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군이 심드렁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육군중앙수사단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국방부도 이 부분에 대해 부실 감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중국산 '짝퉁'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했고 국방부는 자체 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방부는 국회에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결국 국가수사본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국회에서도 다시 한 번 부실 감사였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지난 4월 서욱 국방부 장관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감사 전문가들이 한 것이라 보고서에 결재했다"라면서 "살펴보고 다시 보고하겠다"라고 말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 국방부의 별다른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군 납품에 관련한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대북 확성기와 관련한 납품 비리 사건에서도 업체 대표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 때도 수입산 확성기를 국산으로 바꿔치기해 납품한 케이스. 당시 납품된 확성기는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