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우편·특송화물 마약 적발이 급증하는 가운데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직원들의 '업무태만' 실태가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청은 5일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장 등 관리자를 비롯해 해당부서 직원 43명 전원을 교체하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했다. 후임으로 세관 내 대표적 감찰통으로 평가받는 세관장과 부서장을 전보발령했다.
이번에 교체 사유는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직원들이 마약 등 밀반입을 막아내는 업무를 해야 할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JTBC를 통해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국제 우편물들이 X-RAY 검사기를 통과하는 동안 검사기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이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또 9월 관세청이 4000만원을 들여 도입한 X-RAY 검사기 주변에 불투명 유리로 된 부스를 설치하자 직원들이 부스 안에서 더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공항 내부 고발자 A씨가 이 모습을 계속해서 영상에 담았고, A씨가 동영상을 찍고 있다는 게 소문나자 직원들은 부스 문을 닫아놓기까지 했다. 해당 영상들은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약 5개월에 걸쳐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한도를 넘긴 제품이 세금도 매겨지지 않은 채 무사통과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제보자의 증언도 나왔다.
실제 관세국경의 최일선인 세관에서 이같은 '업무태만' 사건이 불거진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적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세관 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21년 상반기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662건, 214.2kg이 적발됐다. 전년 동기 대비 적발 건수는 59%, 중량은 153%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제우편·특송화물 마약 적발(건)을 보면 2020년 1∼6월 158건에서 2021년 1∼6월 605 건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283%나 폭증했다.
국내에서 주로 남용되는 메트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은 43.5kg 적발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국민 14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대표적인 합성마약인 엠디엠에이(MDMA) 및 엘에스디(LSD) 적발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200%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케타민 적발건수도 267% 증가했다.
이밖에 지난 5년간 불법 수입된 의약품의 액수는 총 696억 원에 달한다.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이용한 불법 수입 금액 기준 규모가 지난해의 10배 이상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품목도 비아그라, 사슴태반 영양제, 발기부전 치료제, 스테로이드제 등 다양하다.
개인의 해외직구 물품 등은 통상 일반 화물보다 신속하게 통관 가능한 특송화물이나 국제우편 형태로 반입된다. 특송화물·국제우편물에 대한 검사가 대부분 엑스레이로 이루어지는 점을 노리며, 최근 적발 사례처럼 과자 상자에 비아그라를 넣거나 영양제 등 다른 화물로 신고해 반입하는 식의 수법을 사용한다.
특송화물은 일괄 엑스레이 검색을 진행한 후 위험성이 높은 일부 물품에 대해 개장검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목록통관 제도를 악용한 밀수입·관세포탈 물품이 적발된다. 지난해 말 대마 밀반입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곰돌이 인형 2개에 대마 432g을 숨겨 국제 특송화물 우편 형태로 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에는 특송화물을 이용해 밀수입한 금괴 1716억 원어치가 적발된 바 있다.
이처럼 관세 국경의 최접점인 공항 세관 직원들의 통관 과정에서의 불법 차단 역할은 중차대하다.
이를 반영하듯 관세청은 해외직구 성수기 때마다 ‘특송 우편물품 통관대책’을 시행한다. 이 기간 엑스레이 등 통관 시설과 인력을 확대하고, 세관별로 특별통관 지원팀을 운영한다.
해외직구 극성수기를 틈타 반입되는 불법 위해물품을 차단하기 위해 발송국가별 우범화물에 대한 정보 분석을 실시하고, 마약폭발물탐지기 등의 과학 장비를 활용해 집중 검사를 실시한다. 특송업체 등을 대상으로 개인통관고유부호 등의 정보를 정확히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세청의 모든 노력들이 특송화물은 아니지만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직원들의 '업무태만' 사건으로 빛이 바랠 위기에 처했다.
관세청 내에서는 현재 우편물 통관 업무를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 외 경상남도 양산시 소재 부산국제우편세관비즈니스센터에서도 운영 중이다. 이곳은 해상으로 들어오는 우편물 통관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 JT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