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로 입국이 거부된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5)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번째 행정소송이 다음달 마무리된다. 1심 선고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월 안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는 18일 유씨가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12월16일 마지막 변론을 열기로 했다. 

이날 유씨 측은 사증발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씨 측 대리인은 "군대를 가겠다는 언론의 오보가 사실로 굳어졌다"며 군대를 가겠다고 속인 뒤 몰래 미국시민권 취득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일간스포츠 신문이 (유씨가) 해병대에 자원입대할 것이라는 오보를 냈고 다음날 오보였다고 반박했는데도 그 후 (오보가 사실로) 굳어졌다"며 "1999년에 이미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고 면접을 보았으며 군대를 가겠다고 한 다음 몰래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군입대를 생각하고 있던 유씨가 2002년 1월 공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고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영주권도 함께 상실되는 상황이라 가족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꿔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교포 출신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을 언급하며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교포 출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씨 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3년 퇴임하면서 유씨에게 보낸 감사편지도 거론했다. 

대리인은 "제 생각엔 (김 전 대통령 편지가) 재외동포가 만약 뭔가 잘못했을 때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잘못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편지를 보내 국가 포용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치유할 수 있도록 포용해주고 국민에게 잘못을 사과할 기회를 주는 게 재판장이 말한 아름다운 국가이고 아름다운 법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LA총영사관 측은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는 최소 6개월에서 보통 1년이 넘게 걸린다"며 "스스로 신청서를 내고 인터뷰에 응하고 선서식에 참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유씨는 군 입대를 약속했다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고 2002년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했다.

유씨는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달 뒤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LA총영사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된다는 이유로 사증 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지난해 11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LA총영사관이 13년7개월 전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다"며 "관계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했어야 하는데도 지키지 않았다"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유씨 손을 들어줬다.

LA총영사관은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3월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비자 발급 거부시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비자를 발급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후 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했고 유씨는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사진] 유승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