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실제의 과학, 기술과 상상력의 균형 속에서 만들어진다. '옥에 티'일수도 '의도된 오류'일수도 있는 현실과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SF를 즐기는 하나의 재미다.
한국형 SF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를 표방한 넷플릭스의 '고요의 바다'가 지난 24일 공개됐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의 30일(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관심 속의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 실제 과학·기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앞으로 이어질 기사 내용은 일부 드라마의 설정이나 줄거리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
◇대기가 희박한 달을 가는데 날개 달린 우주 왕복선?
주인공 일행이 우주를 향하는 장면을 보면 우주선의 모습이 비행기 같은 날개를 가진 '우주왕복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날개는 기본적으로 공기가 짙은 지구의 대기에서 유용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사체에 날개를 부착하는 경우에도 다단로켓의 1단에만 붙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요의 바다'에 등장하는 우주선과 같은 우주왕복선의 경우 지구 근방을 오가는 용도로 쓰인다.
특히, 지구 중력의 6분의1 정도인 달의 경우,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날개가 큰 효용이 없다. 특히 무게는 곧 비용이자 (화물 등을 더 실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 불필요한 '무거운' 날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비행 장면을 자세히보면 다단로켓에서 보이는 단분리 없이 달 궤도까지 도달한다. 이 점도 어색한 측면이 있다. 누리호의 경우, 연료 탱크가 전체 부피의 70~80% 차지한다. 단 분리를 활용하면 다쓴 탱크를 떨어뜨려 불필요한 무게를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지구의 모습, 극 중 시간의 흐름 비교하면 어색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태양과 달, 지구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지구에서 보는 달처럼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지구 기준으로 월식이나 일식 상황이 아니라면, 지구-달-태양의 순으로 배열되면 달에서 지구는 보름처럼 보이고 달-지구-태양으로 배열되면 그믐처럼 보인다. 대략 1달을 주기로 그 모양이 반복된다.
드라마의 초기에는 지구의 모습은 왼쪽이 빛나고 있다. 드라마의 후반부로 오면 오른쪽이 빛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왼쪽이 밝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문제는 드라마의 사건 묘사에서 나타나는 시간의 흐름이 1개월로 보기에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지구는 하늘에 계속 떠 있지만, 태양은 지평선 아래로 지는 모습은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묘사됐다.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는 동일해 지구가 보이는 지역이라면, 지구는 달의 지평선 아래로 뜨고 지지 않고 계속 하늘에 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태양은 약 1개월을 주기로 뜨고 진다.
다만 중간에 태양이 지는 속도는 현실보다 빠르게 묘사됐다. 태양이 지며 빠르게 그림자가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지 내에서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으로 그려진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매끄러운 연출을 위한 장치들
달이나 지구 밖 천체에서의 이야기를 묘사할 때 매끄러운 연출이나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생략되거나, 편집이 들어가는 요소는 존재한다. 고요의 바다에서는 대표적으로 '중력'과 '통신 지연'이 있다.
중력은 지구 밖을 무대로 펼쳐지는 SF 작품에서 지구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치 중 하나다. 문제는 영상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연출과 연기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SF의 고전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으로 인공중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영화 '그래비티'는 중력 자체를 소재로 삼아 우주라는 비일상적인 공간을 표현했다.
'고요의 바다'는 초반과 마지막 장면에서의 배우들의 걸음걸이를 통해 지구보다 약한 달의 중력을 표현했다. 하지만,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달 기지의 장면은 지구 중력과 같은 것으로 설정했다. 그 방법은 버튼 하나로 작동할 수 있는 '중력 조절 장치'다. 달 기지와 같이 설비가 제한된 환경에 중력 조절 장치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진보 상태면 지구의 물 부족에 대한 또 다른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통신 지연은 SF의 단골 소재다. 우주에서 전파의 최대 속도는 정해져 있다. 지구에서 40만㎞ 이상 떨어진 달과 지구가 통신할 때 발생하는 전파 통신 지연 시간은 산술적으로 편도 1초 이상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매끄러운 연출을 위해서인지 실시간 통신으로 묘사됐다.
이외에도 SF 스릴러·공포·미스터리 장르의 문법일 수도 있는 '안전불감증'도 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일행은 생명의 위협이 존재하는 달 기지에 도착한다. 이 달 기지는 방사능 유출 사고로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인공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방사능 수치가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위험 요소가 있을수도 있는데, 주인공 일행의 과학자가 가장 먼저 보호구 역할을 하는 우주복 헬멧을 벗는 것은 어색한 연출로 보인다. 또 미지의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출입 제한 지역에 진입 시에도 추가적인 방호 조치를 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안전 불감증은 에일리언 시리즈와 같은 SF 스릴러 장르에서 종종 나타나는 장르적 특성으로 볼 수도 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