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드네요."
주부 김모씨(37)는 지난해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로 이사를 온 뒤부터 매일 울상이다. 김씨는 흡연자가 아닌데 밑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가 화장실을 통해 온 집안을 채우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주민 사이에서 층간소음만큼 층간흡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쟁도 늘어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 담배 냄새(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2844건으로 2019년 2386건보다 19.2% 늘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간접흡연 및 층간소음 민원 현황' 자료에서도 2020년 간접흡연 민원은 256건으로 2019년 114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2017년에는 138건, 2018년에는 84건이었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에도 층간흡연은 많은 사람이 느끼는 고통이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간접흡연 경험 장소(중복응답)로 길거리(85.9%)에 이어 아파트 베란다·복도·계단(47.2%)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공동주택에서의 흡연을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입주자·사용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본 입주자·사용자가 간접흡연 발생 사실을 알리면 관리주체는 피해를 끼친 입주자·사용자에게 일정 장소에서 흡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공동주택의 거주 세대 중 2분의 1 이상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하면 지자체장은 그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1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관리주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 집안에서 흡연할 경우 사유지에서의 행위이기 때문에 규제나 처벌이 어려워 권고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층간흡연 문제로 인해 이웃과 충돌하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한 원룸 건물의 아래층 주민을 흉기로 협박하는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양보하면서 타협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지자체에서도 관련 갈등을 줄이기 위해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지 3779개 중 사업 참여를 희망한 145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공동주택 내 금연문화 조성 캠페인'을 추진한다.
법적 규제 외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금연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캠페인을 기획했다. 서울시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금연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파트 내 영유아와 임산부, 노약자 등 비흡연 주민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사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