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여고에서 작성된 군부대 위문편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위문편지 폐지 요구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내 한 여고에서 촉발된 위문편지 관련 청원글이 전날(12일)부터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전날 게시된 '미성년자에게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달라'는 청원글은 현재까지 1만8821명에게 동의를 얻어 답변 요구 기준인 1만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대부분 학교에서 수십년 전에 없어진 위문편지 강요 문화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구태적인 일"이라며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과 디지털 성폭력에 노출된 해당 여고 학생들을 보호해달라는 청원글도 하루 만에 1만명 동의를 넘겼다.
서울시교육청 청원 게시판에 답변 요구 기준을 충족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온 건 이례적으로 위문편지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장병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위문편지가 전달됐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서울 한 여고에서 위문편지 쓰기 행사를 진행했는데 일부 학생이 군장병을 조롱하는 내용을 편지에 담으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조롱 위문편지를 작성한 학생을 비난하는 여론과 함께 학교가 봉사시간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군장병 위문을 강요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위를 파악한 결과 행사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서 전날(12일) 해당 학교로 찾아가 확인해본 결과 행사에 참여한 인원이 1~2학년 전체 830여명 중 500명대에 그쳤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통일안보교육이 강제나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교육방식은 지양해달라고 일선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라며 "시민청원에도 답변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신상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학생은 학교에서 위클래스를 통해 상담을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과거 관행처럼 이어졌던 위문편지 작성을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위문편지가 현재 학생 세대에 맞지 않는 과거 유물이 됐다"며 "학교 현장에서도 의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사이버상 폭력도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은 "여성·학생이라는 두 가지 취약점을 겨냥한 혐오가 여학생들에게 가해지고 있다"며 "해당 편지를 쓴 사람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젠더 기반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며 "학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군장병 위문편지도 군인의 비위와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친절한 정서를 여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