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의혹이 제기된 이후 2년5개월여간 이어진 정경심 전 동양대교수(60)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유죄판결 확정으로 마무리됐다.
정 전 교수는 자녀입시에 사용할 목적으로 동양대(경북 영주시 소재)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조작한 혐의 및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명의의 허위 인턴십 확인서를 자녀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자택과 동양대 교수실에 보관하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은닉하라고 교사한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되며 총 15개의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정 전 교수가 위조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등을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하고 딸을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재해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 등 11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정 전 교수 딸 조민씨의 7개 인턴·활동확인서 등 '7대 스펙'도 모두 허위라고 결론냈다.
2심도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벌금을 5000만원으로 줄였다.
정 전 교수 측은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표창장 위조 정황이 발견된 동양대PC 등의 증거수집 절차를 문제삼으며 반전을 노렸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사휴게실 3년 방치 PC…법원 "동양대 것, 정경심 참여권 보장 불필요"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제의 PC는 동양대에서 공용PC로 사용되다 정 전 교수가 일정기간 자신의 주거지 등에 가져가 사용하다가 2016년 12월 다시 공용PC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동양대에 가져다 놓았다.
검찰은 2019년 9월 정 전 교수의 사문서위조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수사하다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방치돼있던 PC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폴더를 발견했다.
당시 검찰수사관은 PC를 관리하던 조교 A씨와 함께 PC를 확인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PC에서 "퍽" 소리가 나면서 전원이 꺼졌다.
검찰수사관은 A씨와 동양대의 물품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지원처장 B씨에게 PC 2대를 검찰에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고 A씨 등은 이에 응해 PC를 임의제출했다.
검찰수사관은 A씨와 B씨에게 PC의 탐색 및 전자정보추출 과정에 참관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고 A씨 등은 참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참관여부 확인서도 냈다.
검찰은 PC 이미징 및 포렌식 작업으로 전자정보를 추출했고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범행이 이 PC를 이용해 이뤄진 정황을 발견했다. 이 정보는 이후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관련 범행의 증거로 사용됐다.
정 전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PC를 위법하게 수집했으므로 증거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정 교수가 PC 속 전자정보의 실질적 소유자이므로 PC관리자 A씨나 B씨가 아니라 정 전 교수에게 참관여부를 물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다른 범행의 단서가 발견된 경우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정 전 교수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 판결의 주심이 정 전 교수 사건 주심을 맡고 있는 천대엽 대법관이라는 점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이 PC의 임의제출 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추출한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려면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나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전속적인 관리처분을 보유·행사하고 있는 경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PC는 약 3년간 강사휴게실에 방치돼 있었다. 따라서 압수수색 당시 정 전교수는 PC의 실질적 사용자가 아니었으므로 물품관리자인 조교와 행정지원처장의 참여 여부를 확인했다면 적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각 PC 압수·수색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PC에서 추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금융계좌추적시 "사전에 영장 원본 제시 안했다" 주장에는 "적법 집행"
정 전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금융거래자료를 받기 전에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날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자료를 받기 전에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는 적법한 집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에 영장사본을 첨부해 자료 제공을 요구하고 그 자료 중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된 금융거래를 선별한 후 최종적으로 영장원본을 제시해 압수절차를 집행했다면 예외적으로 영장의 적법한 집행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확보된 금융거래자료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에게는 2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이 그대로 확정됐다. 현재 수감 중인 정 전 교수는 남은 형기를 마치고 62세가 되는 2024년에 출소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