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팸에 대한 인식과 해외에서 스팸에 대한 인식은 꽤 차이가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보면 더욱 그렇다. 1940년 영국의 식량 사정은 엉망인 상태였는데 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독일군들이 잠수함을 격추시키며 온 바다에서 분탕질을 치고 있었기 때문. 식량 상당수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던 영국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영국인들이 얼마나 굶고 살았냐면 배급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영국 성인 남자가 받을 수 있는 식량은 고기 550g과 달걀 반 개가 전부였다고. 고기 550g이면 삼겹살 3인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많지 않냐는 의견이 있는데 아니, 이 분량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그런데 미국이 전쟁에 참가하고 동맹국한테 식량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식량 상황은 많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공여한 음식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스팸이었다. 말 그대로 수억 개씩 뿌려댄 덕분에 영국 사람들은 처음 몇 달 정도는 환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스팸만 충분했다는 것. 아침에 스팸 수프를 먹고 점심으로 스팸 바베큐를 먹고 저녁으로 스팸 스튜를 먹었다. 이를 6개월 정도 되풀이하자 영국인들은 스팸만 봐도 욕을 참기 힘들어졌다.
스팸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스팸을 먹게됐고 결국 스팸은 공전의 대박을 치는 초히트상품이 됐다.
영국인들은 조금이라도 스팸을 덜 물리게 먹어보려고 온갖 음식을 개발했는데 큰 효과는 없었다. 그 유명한 스팸 튀김부터 시작해서 스팸 팬케이크라든지 딸기잼에 찍어먹는 스팸 도넛 등이 모두 당시 개발된 음식들.
스팸 메일이란 표현의 유래가 됐을 정도로 스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스팸 가격이 비싸서 명절 선물로 교환하는 한국의 사정은 서양권에서 보면 상당히 특이한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영국 만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스팸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하는데 하와이에서 발달한 스팸 무스비처럼 그럴듯한 요리도 있다. 넓게 보면 우리의 부대찌개도 이 부류에 들어가지 않을까.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도 스팸 라멘이라는 음식이 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