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자동차는 현대 사람들의 필수품이자 가장 비싼 소비재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면서 가장 먼저 이루는 꿈 중 하나가 자가용 구입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자동차 구매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격도 점점 비싸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돈이 있어도 쉽게 사지 못하기 때문.
최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수입차와 국산차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차'로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다. 휘발유 차량인 아반떼는 2020년 최하위 트림이 1,570만원이었지만 올해 들어 1,866만원을 기록하며 약 300만원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다.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다. GM의 트레일블레이저도 2년 사이 아반떼와 비슷한 가격으로 올랐고 르노코리아의 XM3도 100만원 가량 가격이 인상됐다. 할인 혜택도 대폭 축소되고 있다. 현대차의 쏘나타는 재고 차량 할인을 수백만원씩 했지만 이제는 없다. 상대적으로 할인 혜택이 많았던 다른 회사의 차량들도 이제는 할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수입차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제 같은 돈을 들고 있으면 한 등급 아래의 차량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다. 2년 전 벤츠 E클래스는 6,300만원이었고 현재 벤츠 C클래스가 최소 6,150만원에서 6,800만원까지 한다. 2년 전 E클래스를 살 돈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 돈으로 C클래스를 사야하는 것.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나흘 사이에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다. 지난 11일 테슬라는 주요 모델의 가격을 1~200만원 인상했고 나흘 만인 지난 15일 다시 가격을 올렸다. 나흘 사이에 테슬라 모델의 가격은 350~440만원이 오른 셈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원자재와 물류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사람들은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카플레이션 현상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 부족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다른 원인들이 발생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도 부족하지만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상승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
문제는 카플레이션에 겹쳐서 출고 대기까지 길어지고 있다는 것. 돈이 있어서 차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는 차량을 구매하려면 출고 대기가 기본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넘기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반도체 소비량이 많아 보통 12~15개월의 대기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카플레이션 현상과 출고 대기가 길어지는 상황이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량 수급이 일단 원활해져야 한다고. 이와 함께 가격을 올렸던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할인 혜택 등을 확대하는 시점이 와야 카플레이션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