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 수준으로 낮아지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한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 잘 정비된 의료체계,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체계 등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전염병 전문의인 모니카 간디 교수는 "한국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며 "높은 백신 접종률, 공중 보건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등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한국이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낮은 치명률을 꼽았다. 현재 한국 누적 치명률은 0.12%로 최근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1.22%), 영국(0.79%), 일본(0.44%)보다 현저히 낮다.
한동안 한국은 바이러스 억제 노력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국가 중 하나였다. 당국은 통행금지, 마스크 의무화 및 사적 모임 제한 등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놓았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밀접 접촉을 추적하기 위해 전화 GPS 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감시도 사용했었다. 이는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한국정부의 방역 노력이 결실을 맺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3월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7일 이동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과 영국 팬데믹 정점보다 3배 더 높았다. 인구가 5000만 정도임에도 일일 확진자가 세계 1위~3위를 다툴 정도였다.
그러나 치명률은 낮았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성인의 96%가 두 번 이상 접종을 받았다.
특히 전 인구의 약 63%가 세 번째 접종을 받았다. 미국은 29%에 불과하다. 한국은 노인들에게 부스터 주사를 배포하는 데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이는 세계 최저의 치명률로 이어졌다.
또 노인들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의 보건 당국은 방역 수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보건 당국자들은 지난 가을 높은 예방 접종 수준에 도달한 후 정상 생활로의 전환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단됐다.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고 모임을 4명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한국이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에 코로나19 발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 지고 있다.
최근 일일 50만 건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누적 확진자가 1300만을 돌파해 세계 10위의 발병국이 됐음에도 중환자실 병상은 아직 남아있다. 이날 현재 한국의 중환자실은 약 68%가 채워졌다. 아직 32%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지금도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지만 한국은 방역 수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간디 박사는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건 당국이 방역 수준을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