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완화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가사·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 비해 남녀 모두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완화됐으나,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2.7시간, 남성은 1.1시간으로 5년 전과 같았다.
조사에 따르면 가족 내 역할분담에 있어서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6년 42.1%에서 2021년 29.9%로 12.2%p 감소했고,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도 53.8%에서 17.4%로 36.4%p 하락했다.
양성평등수준 체감도를 묻는 질문에서 영역별로는 여성에게 가장 불평등하다고 인식되는 영역은 '돌봄 책임 분담'(-1.26점)이었다. '건강 수준'(-0.09점), '교육 수준'(-0.21점) 영역은 남녀평등에 가장 가깝다고 인식했다.
'여성=자녀돌봄'이라는 인식이 완화됐음에도 돌봄 부담 불균형은 여전했다. 의사 결정은 '아내와 남편이 반반한다'는 응답(67.2%)이, 생활비는 '전적으로 또는 주로 남편이 부담한다'는 응답(58.1%)이, 가사·돌봄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부담한다'는 응답(68.9%)이 가장 많았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60% 이상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응답(여성 65.5%, 남성 59.1%)해 여전히 가사·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숙제 또는 공부지도', '등하교 동행' 등 돌봄 관련 모든 활동에서 여성은 '자주 또는 매우 자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남성은 모든 항목에서 '때때로 한다'가 가장 높았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남녀 모두 돌봄 활동이 증가했으나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많이 증가한 셈이다.
남성은 일하는 시간과 여가 시간이 줄고 자기계발과 돌봄을 위한 시간이 늘어난 반면, 여성은 일과 가사에 사용하는 시간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여가 시간이 줄고 돌봄 시간이 늘어났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시간은 남성 0.7시간, 여성 1.4시간으로 여성이 2배 길었다. 특히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경우 남성 1.2시간 여성 3.7시간으로 3배 이상 차이났다. 코로나19 이후 남녀 모두 가사·돌봄 활동이 증가했으나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많이 증가했다.
최문선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평등에 대한 개별적인 인식 수준은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실천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한 것 같다"며 "개인들의 인식이 변화됐다고 하더라도 조직 차원에서는 문화나 관행이 인식을 따라갈 만큼 바뀌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임신·출산·육아휴직 불이익 및 휴가사용·정시퇴근 어려움의 경우 2016년에 비해 '그렇다'는 응답이 크게 감소했다.
출산전후 휴가제도, 육아휴직제도 등 일·생활 균형제도의 이용이 2016년에 비해 남녀 모두 가능해진 경향을 보였다.
출산전후 휴가제도는 '남녀 모두 쉽게 이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5년 전에 비해 11%p, 육아휴직제도는 4.9%p 증가했다. 출산전후 휴가제도, 육아휴직제도의 이용은 남녀 모두 종사자 성비가 비슷할수록,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27.7%가 '가사·양육·돌봄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32.2%)이 남성(24.3%)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여성 41.7%가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30.2%)을 보였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며 "다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등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할 수 있는 더욱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