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여기저기 민폐를 많이 끼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밀 수출국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경우 대규모 농업이 발달된 곳이기 때문에 밀 뿐만 아니라 해바라기씨 등 주요 원료를 생산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 곡물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 러시아는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주요 곡물 수출을 금지했고 다른 곡물 수출 국가들 또한 식량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수출량을 크게 줄였다. 결과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밀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 지난 3월 밀 수입 금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8.9% 상승했다. 밀은 과자나 빵을 만드는 필수 품목이다. 따라서 실제로 이 밀이 가공돼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의 가격은 더욱 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밀 가격은 외식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밀 수입량은 약 43만t에 달했다. 금액은 약 1억 7천만 달러 가량이다. 1t당 가격이 402달러다. 러시아의 침공 전인 두 달 전보다 8.9%가 뛰었고 1년 전과 비교한다면 무려 41.5%가 오른 금액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과 비교한다면 무려 54.6%의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하는 양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식용으로 사용하는 곡물 대부분을 미국과 호주에서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미국과 호주 또한 곡물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러시아발 식량대란의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등 주요 밀가루 제조업체들은 국제 밀 가격의 상황을 살피면서 공급 단가를 조정하는 모습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대한제분에서 판매하는 중력1급 20kg 도매 가격은 지난해 3월보다 무려 60.2% 가격이 오른 약 3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밀가루 제조사가 공급 가격을 올릴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주요 외식 물품들은 밀가루를 많이 쓴다. 과자와 빵, 라면 등 가공 식품들도 마찬가지다. 제과업계에서도 평균적으로 6~13% 가격을 인상하는 계획을 이미 세웠거나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최근 2~3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