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 가지고 이렇게 했어야 할까.
한 대학교에서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해 큰 논란이 일었다. 학생회비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강제로 내는 것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납부한다. 이 학생회비는 각 대학의 학생회 운영을 위해 사용한다. 단과 별로 학생회가 구성돼 있을 경우 학과 학생회비 역시 따로 내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A대학교의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다. 당시 이 학과 학생회는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해 학우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 간식 행사는 학우들이 자율적으로 납부한 학생회비를 통해 진행된다.
대부분의 대학교 학생회에서는 이런 행사를 한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면 학생회비로 구매한 간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학생회비 납부자 대상'이라고 미리 공지를 한다.
하지만 이 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회에서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렸다.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22학번 신입생 세 명의 이름을 공개해버린 것. 그러면서 학생회는 "중간고사 간식행사에 참여해주신 총 42분의 학우님들 중 학생회비 미납부로 확인된 3분을 제외한 모든 분들께 상품 전달이 완료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A대학교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의 A대학교 게시판에서 논쟁이 일어났다. 대부분 학생들이 학생회의 일처리에 대해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학생회비 미납부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인민 재판 또는 공개 처형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것.
논란이 일자 학생회는 해당 게시물을 한 차례 지웠다가 몇 시간 뒤 다시 게재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 측은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복구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게시물의 댓글에는 학생들과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의무도 아닌 학생회비에 왜 공개처형을 시키는지 모르겠다"라는 비판이었다.
결국 학생회는 학생회장의 입장문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A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회장인 B씨는 "중간고사 간식 행사 상품 전달 완료와 참여 대상에 부합하지 않으신 학우분들께 공지를 드리기 위해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 동일하게 학과 SNS에 관련 카드뉴스를 게시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해당 학우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학우분들께서 느끼셨을 불편함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면서 "저의 과오가 너무나도 크고 씻을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했다. 이번 일에 책임을 느끼며 더 나은 학생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