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택근무 대신 회사 출근이 늘어나면서 회식 참석을 강요하는 등 '회식 갑질'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회식 및 사적 모임이 증가하고 '회식 갑질'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며 "신원이 확인된 회식 갑질 이메일 제보가 1~3월에는 3건이었지만 4~5월에는 1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 사례자는 "휴무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상사가 원청사 직원과 술을 먹는다고 무조건 나오라고 해 불려 나갔다"며 "술을 안먹는다니까 차를 가져오라고 해 사람들의 '셔틀'을 시켰으며 참석을 거부하니 괴롭히고 못살게 굴어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회식에 불참하자 연봉을 동결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 사례자는 "회식에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라더니 연봉이 동결됐길래 이유를 묻자 '회식에 참여하지 않아서'라더라"며 "회식 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건지, 코로나 때도 회식을 강행하다 코로나 양성이 뜬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가 앞서 지난해 6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갑질 감수성 지표'(신뢰수준 95%·표본오차±3.1%포인트)에 따르면 50대·상위관리자의 '회식문화' 감수성 지수가 20대·일반사원에 비해 매우 떨어졌다.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질문에 20대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9.5점이었으나 50대는 63.7점에 불과했다. 일반 사원(74.2점)과 상위 관리자(60.5점)의 감수성 지수도 13.7점이나 차이가 났다.
반대로 회식을 악용해 특정 직원을 따돌리거나 성희롱 등의 방식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사례자는 "점심 때 회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누군가 한 명은 남아서 전화를 받아야 한다며 저에게 남으라고 한다"며 "회식 때마다 저는 같이 점심을 먹지 못하고 혼자 빨리 밥을 먹고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성 사례자는 "스무살 이상 차이 나는 상사가 회식 후 '오빠가 내일 데리러 갈테니 같이 출근하자' '속옷은 M사이즈 정도 될 것 같다'는 발언을 했는데 수치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최연재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다 보면 회식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며 "반복적인 술자리 강요나 회식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에 대한 따돌림·폭언 등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며 회식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사의 폭언이나 성희롱도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