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외교부가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타결하는 과정에서 당시 정의기억연대 상임 대표였던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게 합의 내용을 미리 여러 차례 알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외교부의 '동북아국장·정대협 대표 면담 결과(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4건의 문건을 공개하며 알려졌다.
지금까지 정의기억연대 상임 대표였던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문제 합의 과정에서 정의기억연대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문건에 따르면 윤미향 의원은 외교부와 수 차례 이 내용을 공유 받아놓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 되어버린 셈이다.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의 동북아국장은 2015년 3월 9일과 25일, 10월 27일, 12월 27일 총 네 차례 윤미향 의원을 만났다. 여기서 그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동향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일단 윤미향 의원이 위안부 합의에 관해 외교부 당국자와 직접 만남을 가졌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된 셈.
이 문건에는 의견 교환의 내용도 들어 있었다. 3월 25일 만남의 경우 책임 인정 문제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사죄 표현, 소녀상 철거 문제 등을 논의했다. 10월 27일에는 동북아국장이 윤미향 의원에게 현재 위안부 협상 진행 상황과 현재 일본 측의 분위기 등을 전했고 윤미향 의원 또한 한일 국장급 협의 평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외교부 측은 위안부 합의 전날인 12월 27일 저녁 서울의 한 식당에서 윤미향 의원을 만나 합의 내용을 미리 전달하기도 했다. 문건에는 동북아 국장이 나눔의 집을 비롯한 지방 소재 피해자 지원단체 측과 사전에 어느 수준까지 합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 문의하기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문건은 한변이 2020년 외교부에 윤미향 의원과의 면담 기록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내면서 공개될 수 있었다. 1심에 이어서 항소심까지 한변이 일부 승소한 상황에서 외교부가 상고를 포기해 문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가린 채 공유됐다.
한변은 기자회견을 통해 "윤미향 의원이 합의 내용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충분히 공유할 수 있었음에도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미향 의원은 "굴욕적 합의 사항 등 최종 합의의 핵심 내용은 알지 못했다"라면서 면담 기록 전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단 윤미향 의원이 합의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던 것은 맞지만 합의서에 가장 논란을 일으킨 부분을 윤미향 의원이 알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합의에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와 "한국 정부가 소녀상 문제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가장 문제였다. 합의문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문구가 들어간 것을 윤미향 의원이 인지했는지는 공개된 문건에 드러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