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대학교 학생들에게 "다리가 예쁘다"거나 "여자는 허벅지가 붙어야 예쁘다"는 등 지속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강제추행도 한 교수를 해임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 대학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B대학교 학생들은 2018년 3월 30일 학교 양성평등센터에 A씨를 여성비하 및 성희롱 발언 등으로 1차 신고했다. A씨는 2018년 4월 공개사과를 했지만, 학생들은 같은 해 6월 2차 신고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제기했다.
학생들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치마가 짧으니까 남자가 좋아하겠다", "여자는 허벅지가 붙어야 예쁘다", "비치는 옷을 입으니 다리가 예뻐보인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여자가 대통령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순간적으로 허리 부분까지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업 중 학생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외국식 인사라며 강제로 악수를 하게 하고, 학생이 이행하지 않자 일정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대학 교원인사위는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5차례 회의를 거친 뒤 A씨에 대해 해임 의결했고, B대학은 A씨 해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교원소청심사위는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A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특정 발언들은 한 사실 자체가 없고, 일부 발언의 경우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표현을 왜곡해 징계사유로 인정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강제추행도 피해학생 진술이 추상적이고 번복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씨의 발언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로써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허리 부위를 접촉하는 등의 행위도 성적 자유 침해하는 추행행위라고 봤다.
또 이 사건 해임 결정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1심과 같이 A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각 발언이 이뤄진 상황과 맥락,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위 등을 비춰볼 때 그 비위의 정도가 A씨를 해임할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시행되던 구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은 이 사건 해임에는 적용되지 않고, 준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사유가 반드시 파면 내지 해임의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고 A씨에 대한 해임이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A씨가 대학교수라는 높은 직업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고, 비위행위의 기간과 경위 등에 비춰볼 때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학생들이 성희롱과 신체접촉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제기를 해왔음에도 A씨는 비위행위를 반복했다"며 "교원으로서의 신뢰를 실추시킨 A씨가 다시 교단에 복귀한다고 할 때 학생들이 헌법에서 정하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적 권리를 누리는 데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성희롱은 고의에 의한 행위이거나 설령 고의가 아닌 중과실에 의한 행위일지라도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강제추행은 고의에 의한 행위로서 파면 또는 해임의 징계가 가능한 이상 이 사건 해임이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비하여 가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대해서도 "이 사건 해임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 양정은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징계위나 교원소청심사위가 규칙을 참작하거나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와의 형평을 고려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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