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은 러시아는 물론 중국 성토장이었다.
나토 30개 회원국 정상들은 ‘코뮈니케(공동선언문)’를 통해 "중국은 국제사회 질서를 훼손하려 한다"며 "중국은 세계의 이익·안보·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그동안 친중노선을 걸었던 뉴질랜드마저 반중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나토 정상회담 연설에서 "중국이 보편적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동안 뉴질랜드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친중적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
지난해 초 중국과 뉴질랜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는 등 양국 우호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었다. 같은 파이브 아이스(서방 5개국 정보동맹) 회원국임에도 호주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비해 뉴질랜드는 친중정책을 구사해 왔다.
심지어 뉴질랜드는 반중노선을 걷고 있는 호주에 훈수까지 두었다. 데미안 오코너 뉴질랜드 통상장관은 중국과 FTA 서명식에서 "호주가 뉴질랜드처럼 중국을 존중하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며, 말조심을 한다면 비슷한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뉴질랜드가 중국이 보편적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 아던 총리는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긴장 고조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이 아시아에서 국제 규범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다. 아던 총리가 반중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4월 호주, 뉴질랜드 인근인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해 이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호주 뉴질랜드 등 주변국을 당혹케 했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호주도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해 반중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왕따’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을까? 트럼프 행정부 시절만 해도 차세대 이동통신(5G)을 두고 미중이 패권전쟁을 벌일 때 유럽이 중립을 지키는 등 중국의 우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코로나19 사태다. 중국은 코로나 초기, 발병 사실을 은폐해 국제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기원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해 국제적 신망을 잃었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반러시아로 뭉쳤을 때, 중국은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도도 러시아 편에 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일탈을 눈감아 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니다. 미국의 패권을 실제 위협하는 나라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방을 결집시켜 반중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토 정상회의가 중국 성토장이 되는 등 중국은 왕따를 넘어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중국은 패권국이 되기 위해 세계의 민심을 얻어도 부족할 판에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패권을 추구한다고? 언감생심(焉敢生心, 턱없이 모자란 역량을 가지고 너무 원대한 꿈을 꾸는 것)이다.
[사진] 중국 CC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