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드롬급 인기 속에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이하 '우영우').
이 작품 2회에서 금수저 딸 화영을 연기한 배우 하영도 이전보다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연기를 통해 인정 받았기에, 기쁠 수 밖에 없다.
극 중 강압적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하게 된 화영. 결혼식에서 벌어진 사고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결국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선택한다는 내용이다.
하영은 한 에피소드 안에서 인물의 깊은 감정과 서사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화영을 떠올렸다. 꼭 연기해보고 싶었던 묵직한 감정선을 연구하는 재미를 느낀 '우영우'였다.
방송 이후 하영은 '우영우 신부'로 불리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고, '여군 출신'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영은 "이런 관심과 화제가 처음이어서 얼떨떨하고 신기하고 감사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뉴욕 SVA(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배우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하영은 후회는 없다고 했다. 꿈 꾸던 연기를 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하영이다.
-'우영우'의 문을 여는 에피소드였다. 어떻게 봤나.
▶내가 나오는 작품을 보는 건 너무 떨린다. 시험 점수를 기다리는 느낌으로 봤다. 너무 고민을 많이 한 내용이어서 떨면서 본 기억이 난다. 드라마 자체가 너무 재미있게 봤고 반응도 너무 좋더라. 떨면서 본 내 분량도 제작진이 잘 편집해주시고 편하게 이끌어주셨구나 느꼈다.
-여러 작품에 출연했는데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게 떨리는지.
▶의외로 긴장을 많이 하고 걱정도 많다. 일상적이고 무겁지 않은 장면은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라든지 감정신이 무게감이 있는 편이어서 긴장이 되더라. 잘하고 싶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우영우'는 어떻게 합류했나.
▶오디션을 봤다. 동그라미 역할을 한 주현영 배우도 함께 있었다. (주현영이 출연하는) '주기자'를 재밌게 봐서 속으로 '우와 연예인이다'라며 봤다. 여러 역할을 열어두고 오디션을 봤는데 동그라미 역할은 주현영 배우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영 역할도 너무 좋은 캐릭터여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화영 역할이 됐다. 꼭 연기해보고 싶은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어서 좋았다.
-어떤 감정선 연기에 끌렸나.
▶내게는 도전이었다. 한 에피소드 안에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를 가진 점이 좋았고, 시작부터 끝까지 설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감정도 있지만, 화영과 아버지의 관계에 관심이 갔다. 처음에는 '아빠'라고 했는데 존댓말인 '아버지'로 부르고 싶더라. 아버지에게 억압을 느끼는 인물인데 마냥 '아빠'라며 대할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아버지라고 부르며 설정했다.
-하영씨가 화영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부모님에게 억압을 받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어서 아버지가 그러면 '결혼 안 할래'라고 하겠지만, 일단 화영의 감정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뭐랄까 무기력해질 것 같더라. 화영이도 아버지를 많이 사랑했지만 복잡한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결혼식 행진을 하면서 드레스가 벗겨지는 장면도 연기했는데.
▶의상팀에서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 벗겨지는 장면이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다 했고 대역배우분도 함께 해주셨다. '몸매가 좋다'라는 반응이 있던데 제가 찍은 장면이 아니었다.(웃음)
-'우영우'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다. 촬영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워낙 좋은 제작진, 배우들이 함께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내가 육군 중위 출신, 여군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게 신기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연락이 엄청 와있더라. '군필이었어?'라길래 '내가 군필이었나?'했다.(웃음) 필라테스 강사님이 '장교 출신이에요?'라고 하시더라. 해명을 해야하는 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만나는 분들이 물어보시면 아니라고 했다. 내가 성격이 털털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슈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냐는 애기도 있던데 아니다.(웃음) 내가 이렇게 이슈가 된 게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낯설었다. 그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했다.
-부모님이나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너무 좋아하신다. 가족 단체 채팅방에 기사 링크를 올리신다. 나도 있는 방이어서 쑥스럽다.(웃음)
-'우영우' 이미지와 정말 다른 분위기다. 성격이 어떤가.
▶엄청 밝은 편이어서 주변에서는 자제하라고 한다.(웃음) 노력은 하는데 그게 쉽게 안 된다. 별명은 '행하'다. '행복한 하영이'를 줄여서. 하하.
-올해 '우영우'에 이어 '모범가족'에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어떤가.
▶감사한 마음이 크다. 사실 저는 활동하면서 길게 쉬어본 적이 없는데 그것도 축복인 것 같다. 일하는 걸 너무 좋아하고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특히 요즘에는 더 행복하다. 물론 아직 내 부족한 부분이 더 보이는데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도와주시니까 조언을 잘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치지 않으려고 한다.
-지칠 때는 어떻게 마인드 콘트롤을 하나.
▶자연을 보는 걸 좋아한다. 촬영이 하루만 비어도 어딘가 다녀온다. 당일치기로 바다를 보기도 하고. 자연을 볼 기회가 없으면 지치는 것 같다. 가까운 곳이라도 간다.
-어떻게 배우가 됐나.
▶영화, 드라마를 무척 좋아했고, 대학원에 가서는 영상 쪽을 전공했다. 더 깊이 배우고 싶어서 시나리오 작법 수업, 연기 수업을 들었는데 대학원에 다니면서 지금이 아니면 하고 싶은 걸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하고 싶었다. 휴학을 하고 연기를 시작해 더 깊이 빠졌다. 자퇴하고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때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거다. 지금 '행하'(행복한 하영)다.
-미술은 지금 취미가 되었나.
▶시간이 날 때 드로잉도 하고 대본을 보다가 인물에 이입해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원래도 창조적인 활동을 좋아한 편이었다. 혼자 생각하고 뭔가 만드는 것이 좋다. 나중에는 전시를 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연기를 시작하고 5년이 흘렀다.
▶언제 5년이 됐나 싶다. 항상 내가 부족한 점, 잘하고 싶은 점을 생각하면서 지냈다. 지금도 예전의 그 마음과 똑같다.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다.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완벽하지 않아도 열심히 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앞으로는 조금 더 공감을 이끌어내고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금까지는 많이 긴장하며 주변에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 강했는데, 내 중심을 가지고 내가 표현하는 캐릭터를 좋은 방향으로 표현하고 싶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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