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1년 중 신체 리듬의 변화가 가장 심해지는 계절이다. 환절기 질환 뿐만 아니라 춘곤증까지 몰려와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이 떨어진다. 아무리 잠이 보약이라지만 그렇다고 잠만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고한 우리 몸에게 봄철에 맞는 보양식을 선사하는 것은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다. 겨울에 비해 활동이 왕성해지기 때문에 봄에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다가올 무더운 여름을 위해 미리 준비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추위에 떠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렇게 좋은 봄날, 겨울을 잘 버틴 우리 몸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특별한 상이라도 주는 것은 어떨까.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봄 제철 보양식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봄이라면 역시 나물이 제격!
봄의 대표적인 음식은 역시 나물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언 땅이 녹으면서 각종 나물들도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산에 가보면 운동 삼아 나물을 채취하러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여럿 볼 수 있다.
‘봄의 보약’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봄나물은 예로부터 약으로 쓰여 왔다. 달래는 위를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도와 배앓이를 할 때 먹었고, 돌나물과 미나리는 간 기능을 촉진시키기 위한 약으로 쓰였다.
일단 봄이 왔으면 봄나물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 요즘 시장에서도 냉이, 달래, 두릅과 같은 각종 봄나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향기 가득한 봄나물은 입맛을 살려주고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봄나물은 주로 식초나 간장을 첨가해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을 싸먹어 나물 본연의 향취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 좋다. 비빔밥도 나물을 활용한 좋은 음식이다. 단, 씀바귀는 데쳐서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낸 다음 조리하는 것이 좋다. 쓴 맛이 빠지지 않은 씀바귀는 입맛 대신 씁쓸함만 안겨줄 수 있다.
활력 넘치는 봄바다에는 춘곤증이 없다
좀 더 특별한 봄철 보양식을 원한다면, 바다에 해답이 있다. 남해안에서는 겨울을 이겨낸 어민들이 기력을 찾기 위해 도다리를 먹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봄에는 도다리가 제철이다.
특히, 도다리 쑥국은 봄의 기운을 한껏 받기에 좋다. 약으로도 쓴다는 봄 쑥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봄 도다리를 넣고 맑은 된장 국물에 푹 끓여낸다. 2~3월이 되면 남해안의 많은 식당들이 도다리 쑥국을 내놓으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초밥의 재료로 유명한 새조개도 봄 보양식으로 인기있다. 냉동제품이 아닌 생물 새조개는 오직 봄에만 맛볼 수 있다. 타우린과 아미노산의 함유량이 높아 원기 회복과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새조개는 주로 살짝 데치거나 샤브샤브로 먹는다. 여수에서는 돼지 목살, 김치와 함께 삼합으로 먹기도 한다. 집에서 요리할 때는 반드시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내장까지 먹을 경우 새조개가 소중히 품어온 바다의 뻘까지 입에 가득 들어올 수 있다.
봄이 왔는데 아직도 귤만 까먹을 거야?
겨우내 귤로 비타민을 보충했다면, 봄에는 좀 더 다양한 제철 과일을 맛보는 것도 보신의 한 방법이다. 딸기, 한라봉, 매실 등 각종 과일들이 봄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다른 과일보다 비타민C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 피로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새콤달콤한 과일은 떨어진 입맛을 돋구는데도 효과가 있다. 과일에 함유된 산이 식욕을 증가시킨다. 시큼한 과일을 볼 때 우리의 입 안에 침이 고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각종 봄 과일들은 다른 요리보다 조리법이 훨씬 간단하고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간단히 물에 씻어 바로 먹을 수도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간단한 조리를 거쳐 다양한 방법으로도 먹을 수 있다.
사람들이 즐겨찾는 카페에서는 벌써부터 봄 과일을 활용한 메뉴 출시에 분주하다. 엔제리너스 커피는 봄 시즌을 맞아 제철 과일을 활용한 ‘퐁당 에이드’를 선보였고 망고식스, 카페 띠아모, 투썸 플레이스 등 음료 전문점에서는 출하 시기가 다소 빨라진 딸기를 이용한 신메뉴를 집중적으로 출시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호텔에서는 딸기 뷔페를 준비했다. 매년 봄에 도입해 여성 고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딸기 뷔페는 올해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리츠칼튼, JW메리어트 호텔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봄의 제왕’ 딸기가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보양식이라고 하면 비싼 재료나 고급 약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양식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옛말에도 ‘선식치 후약치’라는 말이 있다.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후에 약으로 치료하라는 얘기다.
우리 몸에 잘 맞고 원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음식이라면 그것이 보양식이다. 따뜻한 봄, 우리 주변의 음식으로 활력을 충전하자. 몸 보신의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