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7일 간 106개의 팀이 참가하는 이번 축제이기에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축제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을 정말 제대로 즐겨보기 위해 이 축제의 모든 것을 전격 해부했다.
도대체 프린지 페스티벌이 뭐야?
‘프린지 페스티벌’은 예술인들의 실험 정신과 자유로운 상상을 강조하는 성격의 축제를 말한다. 1947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최초의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현재 에든버러 뿐만 아니라 토론토, 밴쿠버, 방콕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성격의 프린지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국내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이 인지도를 얻은 건 다름 아닌 ‘난타’의 영향이 컸다. 1999년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한 ‘난타’는 관객과 전문가의 호평을 얻으면서 국제적인 공연으로 발돋움했다. 이때 참가했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바로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이 개최됐지만 대부분 다른 축제의 기획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거나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중에서 지속적으로 대안 예술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대학로에서 펼쳐진 ‘독립예술제’를 전신으로 하는 축제로 2002년 명칭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하여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프린지 페스티벌로서 매년 대안 예술과 독립 예술을 찾는 사람들과 다양한 방면의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계획을 세우면 재미가 두 배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은 8월 29일부터 9월 14일까지 홍대 앞 창작공간 일대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17일 간 수많은 공연과 행사가 열리고 약 10만 명의 인파가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므로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공연과 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쉽게 일정을 파악하는 방법은 축제 공식 사이트에서 프로그램 일정을 찾아보는 것이다. 야외 공연은 무료이지만 실내에서 벌어지는 공연은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예매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올해는 ‘자유참가 프로그램’과 ‘기획 프로그램’으로 구성을 간소화시켰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두 ‘자유참가 프로그램’에 속하기 때문에 ‘자유참가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살핀다면 알찬 축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오전에는 공연이 거의 예정되어 있지 않아 아침부터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홍대로 향한다면 허탕 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일부 공연의 경우에는 벌써부터 매진이 임박했다. 꼭 보고싶은 공연이 있다면 현장 티켓 구매보다는 예매를 추천한다. 예매는 축제 공식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정 바쁘다면…’밤샘 프린지’는 꼭 가보세요
수많은 공연 중에 꼭 봐야할 공연을 찾는 것은 어렵다. 처음 축제에 참여하거나 딱히 선호하는 공연이 없다면 주최측이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 프로그램’에 찾아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기획 프로그램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밤샘 프린지’다. 8월 31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서울 월드컵 경기장 남측 브릿지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올 마지막 여름밤을 건전하게, 예술과 함께 즐기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약 600분 동안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30여 팀의 공연, 인디음악 앨범 등을 판매하는 문화마켓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 중 가장 다양한 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이 밤샘 프린지다.
볼 만한 공연, 무엇이 있을까?
17일 동안의 예술 축제에는 수많은 공연이 대중들 앞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이력과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추천작을 선정해봤다.
1. 지구인뮤직밴드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주민 문화활동가, 예술가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가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다. 그들이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에서 <지구인뮤직밴드>를 결성해 ‘전지구적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아프리카, 아이리쉬,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지역의 음악을 섞은 이번 공연은 국가와 인종, 종교를 뛰어넘어 음악을 통해 모든 지구가 하나가 되는 그들의 바람을 엿볼 수 있다. 9월 8일 오후 8시 프린지 스퀘어.
2. 누구나 참여하는 길거리 영화제작 / 움직이는 트럭극장
‘마을영화’의 개념을 도입하며 5톤 트럭을 끌고 영화를 제작하는 신지승 감독이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단지 예술을 즐길 뿐만 아니라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행사가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이 행사는 축제 기간 동안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를 배우, 스태프, 작가 등으로 참여시켜 함께 영화를 제작한다. 함께 제작하는 영화는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편집해 거리에서 상영한다. 축제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축제 모든 지역에서 이 행사는 진행된다.
3. 연극 ‘아이리스 PC방’ (극사발 프로젝트 작)
예술은 언제나 순수한 예술로 남으라는 법은 없다. 다양한 사회의 아름답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모습들이 반영될 때 비로소 예술은 ‘대중성’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이 ‘아이리스 PC방’은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용기있게 들여다 본 작품이다.
이 연극은 최근 국정원에서 일어났던 ‘대선 댓글 개입 사건’을 모토로 만들어졌다. 한 때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 여직원의 심정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사랑에 빠진 여직원과 한 청년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담담히 얘기한다. 9월 3일 오후 6시, 4일 오후 8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 시어터.
4. 연극 ‘Stn.2와 1/2′ (소소한 이야기 작)
스펙과 졸업, 이후 취업에 모든 것을 살고 사는 현재 20대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들의 모습은 단지 그들 만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수많은 20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연극에서는 30대를 준비하는 두 인물이 등장해 20대의 소소한 고민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좋은 점수로 졸업해 스펙을 쌓고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해야하는 그들의 상황, 결국 그들의 최종적 목표는 ‘돈’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며 20대의 보편적 모습을 묘사한다.
부유한 세대로 태어나 배고픈 적이 없어 돈은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로 인식했던 20대에게 이 연극은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건내준다. 8월 29일, 30일 오후 6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 시어터.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예술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한다면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낯선 예술가들과 낯선 장르의 예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프린지 페스티벌이기에 한 번 쯤은 꼭 가볼 만한 축제로 추천한다. 다가오는 가을,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과 함께 한껏 분위기에 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