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명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다큐 축제에 EIDF측이 오늘 23일 방영하는 3개의 작품을 소개했다.
해리 딘 스탠턴의 초상 Harry Dean Stanton – Partly Fiction
감독 : 소피 후버 Sophie Huber
스위스 | 2012 | 77분 | 뮤직 다큐멘터리
“파리, 텍사스”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해리 딘 스탠턴은 25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였으며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88살의 노배우가 들려주는 멋진 연주와 깊이 있는 노래를 감상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삶과 연기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로, 데이빗 린치, 샘 쉐퍼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빔 벤더스와 같은 당대 최고의 영화인들이 그와 추억을 나눈다.
<전문가 리뷰 : 블럭>
원문 제목의 ‘Partly Fiction’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로 해리 딘 스탠턴이 25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고 여전히 활동 중인 1926년생의 노배우임에도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둘째로 작품 속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셋째로 참여한 작품이 많은 만큼 그가 인생의 일부를 실제로 픽션에 할애했다는 점에서이다. 해리 딘 스탠턴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밴드를 지니고 있던 가수이기도 하며, 영화 속 그의 노래와 연주는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Blue Ba you’, ‘Danny Boy’와 같은 컨트리/포크 명곡들의 커버는 요란하지 않은 동시에 세월의 무게만큼 정적이고 깊이 있다. 작품 역시 때로는 아무 말 없이 흘러가다가도 툭 던지는 말들을 통해 이야기들을 꺼낸다. 처음에는 그 침묵이 의뭉스럽다가도 영화가 넘어갈수록 빠져들게 된다. 시시콜콜한 과거부터 삶에 대한 화두까지 그의 면모가 느껴지는 말들은 실없는 듯하다가도 큰 울림을 선사한다. 그의 인생은 컨트리, 블루스, 포크를 관통하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대신 조용히 노래를 들려주는 지도 모른다.
T V : 10월23일(수) 20:20
상영 : 10월19일(토) 15:00 KU 시네마테크 ㅣ 10월22일(화) 11:00 KU 시네마테크 ㅣ 10월25일(금) 15:00 인디스페이스
톨레도에는 그들이 산다 A Whole Lott More
감독 : 빅터 뷸러 Victor Buhler
미국 | 2013 | 82분 | 월드 쇼케이스
여기 1,2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모두 발달 장애인들로 고용한 회사가 있다. 미국 오하이오 톨레도의 자동차 부품 조립 공장 Lott은 수십 년 동안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좋은 일터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화에 밀려 생산성이 낮아지고, 공장의 폐쇄 여부를 결정할 12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전문가 리뷰 : 강유정>
일은 단순한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다.때로 그것은 살아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며 무엇보다‘내’가 세상에서 어떻게든 쓰이고 있다는 자각의 체험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일은 필요하다.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의 자동차 부품 공장‘로트(Lott)’에서 일하는 이들도 그렇다. 그들은 지난 몇십 년간 자동차 부품을 조립해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발달 장애인이라는 점.평범하지 않은 신체 때문에 그들에게 취업의 기회는 제한적이고 따라서 로트는 매우 소중한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생명은 이익 창출이다. 결국 공장은 이익 창출 문제의 어려움에 직면하고,운영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다.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자립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는 늘고 있지만 사회 사업 수준의 공장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의 일할 권리는 비단‘그곳’의 문제만이 아니다. “톨레도에는 그들이 산다”는 다양한 공장 노동자들의 개성을 포착해 그들의 육성이 지닌 절실함을 전달해 주고 있다. 결국 더 나은 삶에 대한 보편적 욕망이 중요한 문제다.
T V : 10월23일(수) 21:45
상영 : 10월20일(일) 12:40 인디스페이스 ㅣ 10월24일(목) 17:30 KU 시네마테크
세상에 없던 무기도 만들어 드립니다 The Lab
감독 : 요탐 펠드먼 Yotam Feldman
이스라엘 | 2013 | 58분 | 기술과 문명
9. 11 테러 이후 이스라엘의 군수산업은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끊임없이 개량되고 발명되는 이스라엘의 최신식 무기는 세계 곳곳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군수산업의 번창은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점유 과정에서 생긴 폭력적인 억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스라엘의 비도덕성이 어떻게 국가에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사업으로 바뀌었는지를 추적한다.
<전문가 리뷰 : 송경원>
인류가 도구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시작된 산업.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산업.다름 아닌 무기산업이다. 인류애나 정의 같은 낭만적 차원의 접근은 잠시 제쳐 두고 냉혹한 숫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기산업만큼 지속적이고 확실한 산업도 드물다. 죽음을 먹고 자라는 이 위험하고 추악한 꽃이 오늘날 가장 화려하게 핀 곳은 두말할 것 없이 중동이며, 그 중심에는 이스라엘이 있다. “세상에 없던 무기도 만들어 드립니다”는 현재 중동 지역의 전쟁이 이스라엘의 합법적 군사산업 구조를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통제되는지 고발한다.지난 10년간 이스라엘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과 수많은 전쟁을 거치며 미국,프랑스,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의 군사수출국으로 도약했고 군사산업의 수익으로 작년 한 해만 70억 달러를 넘게 거뒀다. 감독은 그것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실험장으로 삼아 얻어 낸 결과라 지적한다. 이 추악한 실험장에서 키워 낸 ‘합법적’전투 경험과 전문성이야말로 이스라엘 무기산업 최대의 수출품이다. 뉴스를 통해 매일같이 전쟁 소식을 마주하면서도 피처럼 흩날리는 꽃잎의 뿌리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던 우리 앞에 전달된 잔혹하고 진실.이를 알고자 하는 건 인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저항이다.
T V : 10월24일(목) 01:40
상영 : 10월21일(월) 18:00 인디스페이스 ㅣ 10월23일(수) 15:00 KU 시네마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