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스페셜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엔저 현상’의 원인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엔의 전쟁’을 방송한다.
‘엔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작년 12월 아베총리가 취임한 이후 엔의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1달러당 80엔대이던 엔·달러 환율이 불과 4개월 만에 100엔 돌파를 눈앞에 둔 것이다. 아베정부의 목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는 최근 130조엔(1500조원)을 2년 이내에 시장에 풀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일본에 유통되고 있는 통화의 양이 130조 엔. 따라서 실제 130조 엔이 더 풀릴 경우 일본 경제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산업 전반이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각국 재무장관들로부터 ‘헬리콥터 구로다’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세계 경제는 헬리콥터로 엔을 마구뿌리겠다는 일본의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윤전기로 돈을 무제한 찍어내어서라도 장기침체로 침몰하고 있는 일본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아베가 일으킨 ‘엔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불안으로 들썩이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통화전쟁의 피해국이 될 전망이다. 그 중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와 철강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4분기 영업이익률이 현대자동차는 1조8685억 원으로 10.7% 하락했고, 순이익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예상된다. 반면 도요타 자동차는 영업이익률이 60.5% 급등했으며, 순이익도 90.6% 급증한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포스코의 침체도 눈에 띈다.
한류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던 엔터테인먼트 산업 또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올 4월 초에 일본 도쿄돔에서는 그룹 JYJ의 일본 첫 공연이 열렸다. 도쿄돔은 5만 명을 수용하는 시설로 3일 공연이면 15만 명의 한류 팬들을 모아야 한다.
티켓은 매진되었고 JYJ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다. 입장료는 1매 당 1만 500엔. 매진되었으므로 15만 명이면 15억엔. 하지만 엔화 하락으로 한국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무려 30% 가까운 4억(45억)엔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한국 기획사는 일본 기획사와의 배분 비율만큼만 손실을 보게 된다. 기획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아직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더 하락한다면 일본 내 한류 공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농촌, 어촌, 한류,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경제 분야에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재팀은 자동차 산업부터 파프리카 농장, 여수 키조개 수출현장, 신안 김양식장, 완도 전복 산지, 제주 광어 양식장, 부산 관광거리, 전주 막걸리 골목 등을 일일이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특히 어촌의 경우 더욱 피해가 크다. 취재팀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신안 안좌면 반월리. 이곳은 40여 가구가 평생 김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곳이다. 그러나 올 1월부터 시작된 엔의 태풍으로 현재 마을은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동네에 있던 예닐곱 개의 김 가공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로 마을 주민들도 김 수확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현지 김 값은 10분의 1 가격으로 폭락했다.
완도의 전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만 해도 일본바이어들이 서로 전복을 구매하려고 사전 예약까지 할 정도였지만, 올해는 가격이 30% 정도 하락했음에도 찾아오는 일본바이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여수 키조개는 생산물량의 90%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올해부터 수출이 완전히 막힌 상태다. 수출되지 못한 물량들은 창고에 냉동상태로 보관중인데, 취재팀이 찾은 공장도 수백 톤을 창고에 쌓아둔 상태였다. 제주도 광어도 사정은 마찬가지. 제주 광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아베노믹스 이후 광어 값은 마리 당 18,000원대에서 12,000원으로 폭락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햄버거와 커피 가격으로 알아보는 비교 지수인 ‘빅맥 지수’와 ‘라떼 지수’도 일본과 한국이 역전됐다. 한국의 빅맥 버거 가격은 현재 3,900원. 일본의 빅맥 가격을 현재 환율로 원화로 환산하면 3580원. 한국이 오히려 320원 비싸다. 아베노믹스 이후 역전된 것이다. 라떼 지수도 마찬가지. 스타벅스 카페라떼 가격이 한국 4,400원, 일본 4,260원. 한국이 140원 비싸다.
20년간 불황에 빠져있는 일본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급격한 ‘양적완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는 분명 주변국을 위협하고, 세계 각국을 통화전쟁에 강제로 편입시키고 있다. 이 통화전쟁의 혜택은 주로 일본의 수출기업과 대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출기업은 수출경쟁력을 회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길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일본 제1의 수출기업 ‘도요타를 위한 전쟁’이라는 평까지도 나오는 것이다.
일본에서 시작한 엔의 태풍. 주변국들은 물론 가장 가까운 한국에도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일본의 ‘엔화 정책’이 한반도에 도착해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일본의 현 경제 정책을 알아보는 MBC 다큐스페셜 ‘엔의 전쟁’은 오는 4월 29일(월) 밤 11시 2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