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의 최신작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원제: The Other Way Around, 스페인어: Volveréis)가 4월 23일 국내 개봉한 이후 일주일 만에 영화계와 관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유럽 최우수 영화상인 라벨 유로파시네마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은 이 작품은 14년간 연애해온 ‘레전드 커플’ 알레(잇사소 아라나)와 알렉스(비토 산즈)의 이별 결심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헤어짐을 기념하는 ‘이별 파티’를 계획하며 서로의 관계와 감정을 재조명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린다. 이별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코미디적 요소를 가미해 안티-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주말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씨네21 김소미 기자가 진행하는 ‘라이브러리 톡’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김 기자는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영화적 레퍼런스와 철학적 인용, 특히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서 <반복>이 영화 내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카메라의 존재를 노출시키는 촬영 기법과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자기 언급 방식으로 풀어내는 점 등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설을 선보였다.
김소미 기자는 행사 말미에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역사 속 예술가들과 거장들을 오마주하며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 경계를 과감히 실험하는 감독”이라며 “앞으로 그의 다음 작품들이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아녜스 바르다 같은 작가들의 길을 잇는 보다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언론에서도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씨네21에서는 유선아 영화평론가가 “트루에바의 영화적 우연성과 일상성은 다른 거장들의 작품과 공통점을 갖지만 기억과 세계를 향한 감각적인 접근 방식에서 독창성을 드러낸다”며 “영화 본질이 세계와 기억을 향해 감각을 열어젖히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 역시 “키에르케고르 철학 개념 ‘반복’을 유쾌하게 풀면서 잉마르 베리만,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거장들에 대한 대담한 오마주와 영화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 김상목 기자 또한 “두 주인공의 이별 파티를 통해 권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지 관객 마음을 저울 위에 올려놓으며 묘한 마성을 풍긴다”고 보도했다.
관객 반응 역시 뜨겁다. 관람 후 키에르케고르의 <반복> 원서를 찾아 읽게 됐다는 의견부터 영화를 친구들에게 추천한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왔다. 일부 관객들은 “엠엔엠인터내셔널 배급작품 특유의 흥미로운 분위기”, “유쾌하고 산뜻한 안티-로맨틱코미디”, “뜻밖의 엔딩 크레딧까지 인상 깊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CGV 및 왓챠피디아 사용자들은 반복되는 사랑과 이별의 아이러니, 그리고 사랑 관계 속 소소함과 성숙함을 섬세하게 묘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총 러닝타임 114분으로 드라마와 코미디 장르를 넘나든다. 지난 2019년 <어거스트 버진>, 2022년 <와서 직접 봐봐> 등으로 유럽 신예 작가주의 감독 중 한 명으로 떠오른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 작품이다.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카이에 뒤 시네마 ‘올해의 영화 톱10’에도 포함됐다.
정성일 평론가는 “트뤼포를 향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작별과 재회의 해결책을 뭉클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고 박평식 평론가는 “암시와 인용, 변형이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인생 문제를 탐구하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이용철 평론가는 니체부터 베리만, 고다르까지 다양한 사유들이 대화하듯 어우러지는 가운데 관계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는 안티-로맨틱코미디라고 정의했다.
이번 라이브러리 톡 행사에서 김소미 기자는 본작을 “‘관계’를 놀이처럼 재구성하는 독특한 안티-로맨틱코미디”라며 기존 로맨스물들과 차별되는 점들을 부각시켰다. 또한 오진우 평론가는 이미지를 반복하여 사랑이라는 테마를 곱씹어내는 미학적 특성을 강조했으며 김철홍 평론가는 편집권까지 즐길 수 있는 완전성을 칭송했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현재 전국 주요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며 엠엔엠인터내셔널㈜가 수입 및 배급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