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값비싼 유명 수입 브랜드 운동화의 대부분이 세탁을 할 수 없는 사실상 ‘단회용’ 제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땀이 많이 나고 먼지가 많이 묻을 수밖에 없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빨아 신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 더러운 채 신거나 결국에는 멀쩡한 신발을 중간에 버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운도남, 운도녀(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도시 남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운동화 붐이 일면서 운동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패션과 디자인에만 치우쳐 세탁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데다 세탁법 안내마저 부실해 그대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운동화는 당연히 세탁이 가능할 것이란 ‘상식’에서 세탁을 하고 난 후 탈색, 이염, 코팅 탈락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사용자 과실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업체들은 이처럼 소비자 피해가 고질화되고 있음에도 세탁법에 대한 정보 제공은 두루뭉술 표기한 별도 인쇄물을 포장 박스에 넣어주는 정도여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피해가 커지면서 일부 세탁 전문점들은 수입 브랜드 운동화 취급을 아예 거절하고 있으며 업체 간 피해보상 책임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 www.consumerresearch.co.kr)가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작년 한해 접수된 운동화 세탁 피해 제보 건수는 112건으로 나타났다. 올 7월까지 접수된 건수도 74건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모두 자가 혹은 세탁전문점에 세탁을 맡겼다가 로고 벗겨짐, 이염, 탈색, 변형 등으로 인한 피해 제보들이다.
컨슈머리서치 연구팀이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의 각 브랜드 매장을 직접 방문해 판매 중인 운동화의 세탁법을 문의한 결과 수입브랜드 제품 중 물세탁이 가능한 제품은 전무했다.
물세탁도 운동화 전체를 물에 담그는 것이 아닌 헝겊 등에 물을 적셔 부분적으로 오염이나 얼룩을 제거하는 수준일 뿐이나 그나마 권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물세탁시 탈색 이염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소재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원칙적으로 물세탁을 권하지 않는다”며 “슈크리너 등을 헝겊에 묻혀 닦아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운동화 세탁 관련 피해가 잦은 것은 최근 출시되는 고급 운동화들이 패션과 디자인만을 강조해 물세탁이 불가능한 가죽 합성가죽 스웨이드(가죽의 내면을 샌드페이퍼로 기모해 부드럽게 가공한 가죽)등의 재질을 널리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용 신발에까지 이 같은 재질을 사용하면서 세탁 후 이염과 탈색, 코팅 탈락, 변형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부모들의 민원 또한 쇄도하고 있다. 세탁을 전문세탁업소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세탁업체와 소비자의 분쟁도 빈발하고 있다. 운동화 세탁 관련 피해가 심각해지는데도 불구 업체들이 제공하는 세탁 정보는 형식적이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운동화의 세탁정보는 운동화 자체에 부착돼 있지 않고 별도의 인쇄물로 포장박스에 들어있다. 판매점들이 포장 박스 없이 제품만 진열해 판매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제품 구입 시 세탁정보에 깜깜한 채로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의류의 경우 섬유 혼용율 및 세탁 시 주의사항 등이 기재된 안전품질표시사항이 제품 내에 부착되지만 운동화와 같이 제품 내 부착 시 박음질 등으로 착용에 불편함이 있는 품목은 별도 태그에 부착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소비자들은 세탁 시마다 별도 보관해 뒀던 태그를 확인해야 한다. 세탁업체 등에 세탁을 의뢰할 때도 태그를 확인해 소비자가 세탁법을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취급 주의사항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구입한 운동화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안내가 아니라 제품 전반에 대한 장황한 설명에 그친다. ‘천연가죽의 경우…, 스웨이드/누벅 제품은…’ 식으로 모든 제품에 해당하는 내용을 깨알글씨로 일괄 명시해 놓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재질을 스스로 파악한 뒤 적합한 세탁법을 적용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세탁전문업체는 이들 브랜드 운동화를 취급하지 않도록 가맹점에 권유하고 수입업체들에도 ‘국내 현실과는 맞지 않는 취급주의표시 수정’과 ‘세탁 시 주의사항을 명확히 명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최근 운동화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디자인을 강조하다보니 세탁할 수 없는 제품이 쏟아져 운동화는 빨아 신어야 한다는 소비자 상식과 충돌하고 있다”며 “세탁법과 주의사항에 대한 소비자 정보를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