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웍스가 일부 제품의 디자인 표절 문제 때문에 솔직하고 올바른 대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성’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마조웍스에 대한 도덕성 비난은 과도한 질책이다. 애시당초 문제가 되었던 제품은 라이센서인 마조웍스가 생산한 것이 아닌, 라이센시에서 생산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마조웍스가 디자인하고 마조웍스가 판매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당연히 마조웍스가 책임져야하고 이 과정에서 라이센시를 잘못했다고 말한 것은 책임회피가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오히려 마조웍스는 피해자에 가깝고 금번 대응도 지나칠 정도로 양심적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번 표절 사태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를 잠시 정리해보자면 대략 이렇다.
1.마조웍스가 정말로 표절인 줄 모른 채 상품을 판매했다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소비자들의 의심이 높다. 그러나 그러나 라이센스 사업은 원본 디자인을 기초로 라이센시가 재디자인한 상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라이센시가 원본 디자인을 가공해 라이센서(마조웍스)에게 제안을 할 경우 라이센서는 이 디자인이 표절한 것인지 어떤지 확인하지 못하고 수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표절인 줄 알면서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일부 소비자들의 의심은 지나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마케팅하는 마조웍스가 표절 제품을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마조웍스는 인터넷의 정보 공유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론은 마조웍스가 정말로 해당 제품의 표절 여부를 몰랐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2.마조웍스가 판매한 제품인데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고?
이 대목이 감정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것 같다. 마조웍스의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제품을 샀는데, 마조웍스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니!
그러나 이는 라이센스 산업의 내용을 알면 오해가 풀린다. 라이센서의 입장에선 원본 캐릭터 디자인의 소유권을 갖고 이를 토대로 사업을 하는데, 모든 상품에 들어가는 디자인을 직접 다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제품별 특성에 맞는 개별의 디자인 작업이 별도로 필요한데, 원본을 만든 라이센서가 이런 특성들에 맞춰 모든 디자인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상품이 많아질 수록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라이센서는 원본 디자인에 대한 까다로운 가이드를 만들고 해당 제품을 검수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라이센시가 실수로든 고의로든 표절을 했다고 해서 이를 알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믿고 하든,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100년이 넘는 캐릭터 ‘토마스’의 원작자는 죽었다. 그리고 이 디자인 제품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나오고 있다. 어떻게?
3.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이런 일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잖아!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정말로 사전에 이 문제를 방지할 수 있었을까?
위에서 설명했지만, 모든 제품에 일일이 디자인을 직접 하는 라이센서는 없다. 그래서 라이센시에서 실수로든 고의로든 표절을 할 경우 이를 사전에 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라이센서의 권한도 천차만별이다. 쟁쟁한 캐릭터 라이센스들이 경쟁하는 시장 속에서 마조앤새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보잘 것 없는 캐릭터에 불과하다. 과연 얼마큼 라이센시들에게 엄격한 잣대와 품질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라이센시의 잘못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구조가 현재의 사업 구조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명백한 잘못이 발생했는데, 이를 사전에 왜 방비하지 못했냐고 질책하는 것은 일견 온당한 논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번 사태와 같은 사건이 한번 벌어지고 나서야 장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생각된다.
마조웍스는 아직 신생업체이고 라이센시들에게 그닥 큰 힘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4.그럼 대체 누가 잘못한 거야?
결론적으로 잘못은 라이센시가 저지른 것이고 마조웍스는 피해자다. 그러나 마조웍스가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라이센서의 입장에서만 선 것이 아니라 직접 판매하는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판매하는 자의 도의적인 책임은 수거하고 폐기하고 보상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라이센시에 있다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조웍스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을까?
아닐 것 같다. 마조웍스의 사업은 그렇게 갈 수도 없는 문제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고 강하게 밀고 나갔어야 하는 그런 사업이다. 킴스라이센싱에서 함께 일했던 부부의 경험이 디자인 노트나 몇 개 팔다간 아무일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임신부의 몸으로, 몇 명 되지도 않는 인원으로 이렇게까지 밀어붙인 것이 아닐까.
적어도 마조웍스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일로 생각해주자. 도덕성을 운운하기에도 사리에 맞지 않고 표절한 상품을 해당 라이센시만 판매했더라면 피해자가 되었을 마조웍스가 함께 판매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이제 감성적인 부분을 좀 덜고 마조웍스의 진실성을 믿고 서투른 대응을 너그럽게 봐주자. 이 정도의 도의적 대응이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