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플레이어>는 ‘설정만화’라는 독특한 컨셉을 갖고 있다. 여기서 ‘설정’이란 만화 속 주인공들이 장르와 배경, 인물설정 등을 뛰어넘어 매회 새로운 연출을 해나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작가 자신이 만화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4명의 남녀 주인공들은 작가의 연출 속에서 매번 새로운 역할과 관계로 캐스팅된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만화 내용의 안과 밖에서 배우들처럼 움직여나간다.
단지 작가가 만든 주인공들만이 만화 속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 참여하는 독자들도 만화 속에 등장한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SM플레이어>는 안드로메다로 가는 작가의 제멋대로의 연출 의도를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동시에 몰입감과 흥미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왜 이 만화를 자꾸 보게되는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의견처럼, 이 만화는 열렬한 독자층을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참고로, SM플레이어의 SM은 속된 의미의 성전문용어가 아니라 설정만화라는 뜻에서 SM을 따왔다. 그래서 SM플레이어의 뜻은 설정만화를 만들어나가는 작가 자신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이 만화는 1화부터 정주행을 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지만,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화 에피소드를 일독해보면 대략 이해가 된다. 제6화 <연출은 무조건 ‘강약약 강약약’으로 간다>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강약약의 리듬으로 컷을 구성해 엉뚱한 컷을 강하게 그리거나 중요한 컷을 약하게 그리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독특한 구성의 만화로 이 작가의 상상력과 엉뚱함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SM플레이어>는 미칠듯한 개그감각을 풀어내는 만화로 소위 ‘병맛’코드를 지향하는 듯 하지만 설정만화의 특성상 이러한 장르마저도 뛰어넘어 갑자기 진지한 내용이 나오거나 스릴러, 심지어 로맨스까지 등장한다. 개그만화인줄 알고 따라갔다가 그야말로 작가의 제멋대로 연출에 당황해하는 독자들의 댓글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웹툰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번 도전해볼만한 <SM플레이어>의 히트작이라고 생각되는 에피소드를 몇 가지 개인적으로 선별해보았다. 정주행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1화부터 무작정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만화는 4화까지는 워밍업이며 5화 <오프 더 레코드>부터 진가가 서서히 발휘되기 시작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는 작가의 더욱 강한 연출을 기대해본다.
<SM플레이어> 추천 에피소드 리스트
3화 <아무일도 안일어나는데, 왠지 찝찝한 만화>
4화 <주인공과 라이벌의 장르가 다른 격투액션 만화>
16화 <이 만화를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39화 <평범한 학교생활에 느와르를 끼얹은 만화>
41화 <주인공이 가차없는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