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개그콘서트에서 첫 선을 보인 <두근두근>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두 남녀의 심리를 코믹하게 풀어가는 콩트.
이 코너는 처음부터 화제가 됐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왔던 두 남녀가 성인이 되어 서서히 연인관계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로맨틱 코미디의 코드를 차용해 코너의 제목처럼 <두근두근>한 사랑의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 수많은 웃음 중에서도 이 웃음은 설레임과 행복감에서 나오는 느낌을 코드화하는데 성공했다.
대단히 희극적인 요소들로 잘 구성된 무대였지만, 이문재와 장효인이 크랜베리스의 <Ode to my family>가 흘러나올 때마다 기쁘고 어색해하는 그 모습은 수많은 개콘의 코너 중에서도 전혀 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코미디 코드로 개발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만큼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
이 코너는 달달한 첫사랑의 느낌을 표현하기도 하고 어느 새 살다가 잃어버린 것 같은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표현하기도 해 시청자 중에서는 처음엔 설레고 웃기지만, 나중엔 ‘눈물이 난다’고까지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잠깐 <두근두근>의 한 장면을 감상해보자.
코미디언 이문재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이 코너가 폭발력을 갖는 이유는 그의 연기력 때문이다. 그는 오랜시간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가 어렵게 희극무대에 오른 대기만성형 코미디언이다. 29살에 희극배우로서의 첫무대를 가졌으며 6개월만에 종영됐지만, 개콘의 <나쁜사람>에서 본격적으로 희극배우로서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문재가 출연했던 <나쁜사람>(이상구, 이문재, 유민상, 이찬 2013) 역시 그의 연기력 때문에 인기를 끌었던 코너다. 경찰서에 잡혀온 이상구의 사연을 듣고 과도하게 공감하며 슬퍼하는 형사의 역할을 맡았던 이문재는 그의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로 일약 스타 코미디언의 반열에 올랐다.
많은 시청자들이 종영을 아쉬워했던 <나쁜사람>의 한 코너를 감상해보자. 그의 진짜 연기 내공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안다. 한마디로 정통파 희극배우의 면모를 갖췄다고 해야할까. <나쁜사람>에서 슬퍼하는 연기나 <두근두근>에서 기뻐하는 연기 모두 단순한 표현력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무리없이 표현해낸다.
코미디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절제된 듯 하면서도 충분한 감성을 표현할 줄 아는 연기력은 과장된 몸짓 중심으로 단련되어온 상당수 코미디언의 스타일과는 다르다. 그는 인간의 원천적인 감정에 대한 남다른 무대 훈련이 되어 있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이문재와 호흡을 맞추는 장효인의 변신도 새롭다.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송준근, 허미영, 장효인 2008)에서 털털한 매력으로 준교수(송준근)의 느끼한 폭주를 저지하던 여학생이었던 단발머리의 그녀는 <두근두근>에서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여전히 털털하지만(아마도 그녀의 진짜 성격이 아닐까?) 설레는 감성을 표정으로 담아내는 연기력은 이미 준교수 때의 그녀가 아니다. 유독 매력적인 개그우먼들이 많은 KBS에서 그녀의 활약이 앞으로 기대된다.
전대미문의 로맨틱 코미디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이문재, 장효인의 <두근두근>의 롱런을 기대한다. 이 코너는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