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다. 많은 전문가가 꼽는 실질적인 16강 경쟁 상대는 러시아. 두번째 경기인 알제리전을 반드시 잡는다고 가정했을 때, 러시아와의 경기는 월드컵 조별예선 H조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한 판이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썩 좋지 못하다. 월드컵 개막 전 치러진 평가전에서 2연패를 당했고, 그 중 한 경기는 0-4 대패를 당했다. 특히, 박주영을 월드컵 엔트리에 선발하는 과정에서 ‘엔트으리’ 논란이 발생하는 등 썩 개운하지 못한 행보다.
일부 네티즌들은 ’3전 전패를 당할 것 같다’는 극단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고비 속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기사회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월드컵의 첫 경기이지만, 조별예선의 가장 큰 고비가 될 러시아전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홍명보호의 각본 없는 드라마다.
홍명보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거쳐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유난히 메이저 대회에서 홍명보호는 드라마틱한 경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운이 좋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대표적인 경기는 3.4위전 이란과의 일전을 꼽을 수 있다. 동메달이 걸려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전에만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전에 구자철이 만회골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다시 실점하며 패색이 짙어갔다.
하지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후반 막판 박주영의 골을 시작으로 지동원이 2골을 몰아치며 4-3 역전에 성공한 것. 아시안게임 노메달 위기에 몰렸던 대표팀은 극적으로 동메달 획득에 성공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많은 선수가 그대로 등장했다. 기성용, 구자철, 박주영, 오재석 등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 2년 후에도 대표팀의 주축이 된 것이다. 이 때 터진 것이 바로 ‘박주영 병역 논란’이었다.
논란 속에 시작된 올림픽 축구 경기에서 박주영은 부진을 거듭했다. 일부에서는 ‘이럴 거면 와일드카드로 왜 뽑았냐’는 이야기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 논란을 잠재웠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홍명보호와 박주영은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엔트으리’라는 말로 대표되는 논란은 월드컵 성적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와 가나에게 연패를 당했지만, 항상 위기 때마다 결정적인 활약에 좋은 성적을 내는 홍명보호의 모습은 그래도 기대를 갖게 하는듯 하다.
과연, 첫 경기 러시아전에서부터 홍명보호가 감동적인 드라마를 써낼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월드컵의 묘미 아닐까. 지금까지 고퀄리티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낸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의 월드컵 도전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사진 = 쿠이아바 경기장 ⓒ 브라질 주 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