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의 가창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재야에 묻혀 있다 '나는 가수다2'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소향은, '나는 가수다 가왕전'에서 3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뛰어난 가창력을 어필했다. 이후 일부 사람들은 소향을 박정현·이선희·신효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바들과의 비교 대상에 갑작스레 끼워 넣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은 아직까지 소향이 그럴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가수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감정 표현 면에서 소위 '레전드 급'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소향이 감정 표현보다는 타고난 성량이 두드러지는 가수라는 점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비교되는 가수들과 스타일이 다른 뿐 감정 표현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블루시(Bluesy)·소울풀(Soulful)' 등의 농도 짙은 표현법이 있다면, 클래시컬하고 투명한 방식으로도 감정 표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1980년에 발표된 가수 정훈희의 '꽃밭에서'는 그러한 스타일의 감정 표현이 이뤄진 곡이다. 여러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하거나 따라 부를 만큼 유명한 곡이지만, 원곡의 감정 표현을 완벽히 재현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가장 원곡에 가까운 감정을 표현한 것은 소향이라고 본다.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지닌 이 곡을 소향은 능숙하게 소화했으며, 편곡해 난이도를 높여 불렀다. 그동안 '꽃밭에서'의 원곡 느낌을 살린 가수가 잘 나오지 않은 것은, 원곡자와 스타일이 유사하면서 노래 실력까지 겸비한 가수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소향이 감성 표현 실력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디바들과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나가수'에서 쟁쟁한 디바들을 제친 소향은 18일 '불후의 명곡 - 마이클 볼튼 편'에서 'Lean On Me'로 무대를 꾸몄고, 'Completely'를 부른 박정현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불후의 명곡'은 '나중에 나오는 가수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 나는 일과 관련해 '불후의 명곡' 녹화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저녁 무렵부터 자정 혹은 다음날 새벽까지 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후반 무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확실히 뛰어난 무대가 아니라면 투표 버튼이 쉽게 눌러지지 않았다. 또한 현장에서 느껴지는 무대와 TV로 전해지는 화면의 차이도 있다.
때문에 이번 경연에서 만큼은 소향이 박정현에게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소향이 박정현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박정현, 이선희, 신효범이 뛰어난 가수이듯 소향도 나름대로 훌륭한 가수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마이클 볼튼은 소향의 무대에 대해 "많은 다른 가수들의 버전을 들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극적(spectacular)이었다"며 "거장 수준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가수들에게 "놀랍다(amazed)"라고 말한 것과 뉘앙스가 다르다.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 예전에 스크랩 해둔 유투브 영상을 다시 꺼내 보게 됐다.
약 2년 전 'SoHyang's Virtuosity and Extreme Vocals(소향의 음악적 기교와 초고음)'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디 'WestVoice'인 올린 것이다. 전문가 수준의 분석 내용으로 볼 때 게재자는 관련업 종사자 내지 아마추어 평론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상 제작자는 소향의 영상을 올리기 약 2년 전부터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디온, 에이미 리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여성 보컬의 최고 음역대, 호흡, 가창력 등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투브에 게재해왔다.
제작자는 서양 가수들에 대해서만 다루다가 이례적으로 소향에게 주목했다.
영상 제작자는 소향에 대해 4옥타브(가온음 도를 1옥타브로 보았을 때 기준) '파'까지 올라가는 넓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호흡 컨트롤', '보컬 지구력', '볼륨 컨트롤', '보컬 통제력', '음악적 재능'으로 분야를 나누어 소향의 음반과 라이브 음성을 이용해 소향의 음악적 실력에 분석했다.
그의 분석을 곁들여 기사를 완성해야 하겠지만, 페이스북 포스팅 용으로도 쓰인 이 글의 용도 때문에 지금까지의 설명은 긴 서론에 그치게 된다. 여기서 글은 줄이고 영상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후 설명을 대신하겠다. 영상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감상한다면, 소향의 음악적 특색에 대해서도 좀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하 게재된 것은 영상 및 영상 번역 전문.
소향은 탁월한 목소리로 유명한 한국의 CCM 소프라노다.
그녀는 소프라노 음역대를 넘어 4옥타브(가온음 1옥타브 기준 시, 이하 동일) 파(F6)까지 달하는 넓은 목소리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그녀의 스킬은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다. 이 비디오로 그 이유를 보여주려 한다.
<호흡 조절>
그녀는 중간 음역대로 18초를 유지한다(라이브에서)
한 호흡에 복잡한 보컬 라인과 높은 음역대를 유지하는 한층 더 어려운 도전이 이어진다
3옥타브 시 플렛(Eb5)
3옥타브 시(E5)
그리고 보컬은 중상 음역대로 흘러간다
한 호흡에 11초, 탁월한 울림의 100% 라이브로 말이다
그것도 같은 한 번의 퍼포먼스에서
그리고 3옥타브 미(E5)를 10초 유지한다
리드미컬한 음절들을 버티는 폐활량; 이 경우 3마디에 약 12비트
게다가, 높은 음역에서의 우수한 호흡 조절 능력까지
끊김 없는 3옥타브 솔#
이어지는 건…
소프라노C(4옥타브 도)를 꽉 찬 두성으로 10초 유지하기!
<보컬 스태미너>
많은 팝 가수들이 높은 음을 찍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높은 음역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소향과 달리…
극도로 높은 벨팅(Belt:흉성+두성의 높은 음을 끄는 것)으로 1분 이상 노래하기… 그녀는 그 것을 라이브로 할 수 있을까?
한 번 보자.
3옥타브 도#
3옥타브 도#에서 음 상향, 3옥타브 파# 유지
3옥타브 시 유지
보컬 이동 : 솔#-라-솔#-파#-미(3옥타브)
3옥타브(전체 5번째 옥타브)에서 계속 노래하며 포르테(큰 성량) 모드를 유지한다
미 플렛 유지
짜내는 느낌, 고통, 소리 갈라짐 모두 없다
3옥타브 파#
그리고 이 극한의 노래를 끝낸 뒤
그녀는 여전히 파워풀한 3옥타브 시 플렛을 목소리를 억제한재 유지한다
여신이다
<음량 조절>
많은 팝 가수들이 높은 음을 부를 때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는 거에 비해
소향은 탁월한 음량 조절 능력을 보인다; 풀 보이스로 부드럽게 3옥타브 솔까지 부른다.
그녀는 정확한 음을 다이나믹하게 부를 수 있고, 매우 크거나 매우 부드럽게 부르는 것만은 아니다.
그녀가 3옥타브 레를 피아니시모(매우 부드럽게)로 부르는 모습이다
3옥타브 레, 피아노(부드럽게)
3옥타브 레, 메조 피아노(약간 부드럽게)
3옥타브 레, 메조 포르테(약간 강하게)
3옥타브 레, 포르테(강하게)
3옥타브 레, 포르티시모(매우 강하게)
그리고 물론, 그녀는 고음역대에서도 같은 기량을 유지한다.
그녀가 부드러운 음을 뿌리는 모습이다. 아름다운 3옥타브 라
메조 포르테로 3옥타브 라를 14초 간 유지하는 보컬라인이다
2옥타브 레에서 점점 커지며 3옥타브 라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아르페지오(펼침 화음). 마이크 없이 부른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크레센도(점점 강하게) & 디미누엔도(점점 약하게)를 능란하게 부를 수 있다
그녀가 2옥타브 시에서 디미누엔도를 하는 부분이다.
매우 부드럽게 부르다 음을 사라뜨린다; 이 곡을 끝내는 탁월한 방법이다.
심지어 디미누엔도를 '고음 끌기(벨티드 노트)'로 할 수도 있다(3옥타브 미 플렛).
높은 벨트에서의 크레센도(점점 크게 부르기)(3옥타브 파#)
<보컬 어질러티>
소향은 흉성에서 두성으로 힘들이지 않고 이동하는 어질러티(민첩성 또는 표현력)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흉성에서 두성을 오가며 빠르게 보컬 파트를 부르는 장면이다.
그녀의 전조(조 바꿈)는 완벽히 틈이 없다.
그녀가 4옥타브 도#에서 3옥타브 시로 이어지는 벨팅(음 끌기)에서 어떻게 음을 미끄러뜨리는지 들어보라
그야말로 쭉 이어진 목소리다
그녀의 어질러티를 더 보여주겠다. 무척 빠른 보컬 흐름이 나오는 장면이다.
여섯 번의 트리플릿 쿼버(한 박자를 3등분해 3번의 음을 냄), 이어지는 트리플릿 세미쿼버(한 박자를 6등분), 다음에는 레귤러 쿼버(2등분), 그리고 세미 쿼버(4등분)
테크니컬한 리듬은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슈퍼 패스트 트리플릿'이다
음의 고조로 박자를 타며 부르는 멀티플 트리플릿 세미쿼버
하이 소프라노 & 벨터인 소향, 그녀는 고음역 대에서 엄청난 어질러티를 즐긴다
소프라노 C(4옥타브 레)까지 올라가는 고음에서의 스피디한 보컬 흐름
뿐만 아니라 성층권 수준 초고음 두성에서의 어질러티까지
퀵 트리플릿 런 : 4옥타브 도# ~ … ~ 3옥타브시 ~ … ~ 4옥타브 도#(한 번의 호흡에 유지)
이런 높은 영역에서조차 힘에 부친 기색이 없고 가볍다
높은 음역(3옥타브 시)에서 중간 음역대로의 빠르고 유동적인 흐름
<다방면의 음악 재능>
소향은 다양한 조성(키)를 잘 부를 수 있다. 대부분의 팝 음악에 쓰이는 장조뿐 아니라
그녀는 조성이나 리듬이 변이하는 어려운 악절 또한 잘 다룬다.
그녀가 블루시한 팝송을 부르는 걸 들어보라
부기 리듬에서의 재즈 음을 정확하게 불러낸다.
뛰어난 음조로 블루시한 곡을 노래하는 중의 트리플릿과 단음
2옥타브 미에서 시작해 올라가는 트리플릿
A장조에서 B장조로의 갑작스런 전조; 그녀는 4옥타브 도#까지 음을 올리며 빠르게 전조한다!
그녀는 몇 박자 동안 레귤러 쿼버(한 박자를 2등분한 음) 리듬으로 노래하다, 다시 재즈 음으로 돌아온다.
이제 전통 아시아 음악에서 메이저 펜타토닉(장조 5음계)으로 노래할 타이밍이다.
곡 장르에 맞춰 레가토 주법으로 가볍고 유동적으로 부른 3옥타브 미 플랫 과 3옥타브 파#의 다중 고음 지르기
고음역에서도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훌륭한 컨트롤과 기술로 부른다.
갑자기 4/4박자에서 6/8박자로 전환하고, 3옥타브 솔#의 고음 내지르기를 한다.
4/4박자로 다시 돌아오더니, 음을 떨어뜨리는 빠른 보컬 연주를 한다.
3옥타브 시 ~ … ~ 2옥타브 시
(모두가 한 번의 호흡에서, 그리고 노래 가사로 바로 이어지면서 말이다)
이 곡의 키는 B장조인데 시, 도#, 레#(미b), 파#, 솔#의 다섯 음을 가지는 메이저 펜타토닉이다.
레가토는 부드럽게 하고 이 다섯 음으로만 노래를 하는데, 진정한 전통 아시아 사운드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미 그녀가 곡에 따라 어떻게 스타일과 음색을 바꾸는지 봤다.
더 많은 예를 보여주겠다.
특정 단어에 악센트를 주면서 풍부한 표현을 하는 가운데, 3옥타브에서의 맹렬한 파워 벨팅
파워풀한 고음 지르기를 이용해 강렬함과 분노를 표현하기
단조에 디미누엔도(점점 약하게)가 결합된 가창 부분
'꽃밭에서'를 부르며 부드러운 레가토로 꽃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3옥타브 시까지 올라가는 고음역대로 노래하는 부분
디미누엔도로 음계를 떨어트리자, 벚꽃나무에서 꽃잎들이 떨어지는 듯하다.
드리미한 스페이스 뮤직이라는 곡의 스타일에 맞춰 섬세하면서 살짝 날카로운 톤으로 꿈꾸는 듯한 스타일로 부르고 있다.
맑고 상쾌하며 깨끗한 톤으로 그녀가 CCM을 부르는 장면
더욱 클래시컬하고 오페라틱한 사운드
귀여운 하모니를 곁들인 걸리쉬하고 달콤한 사운드
더 어둡고 으스스한 톤,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딜레이 된 리듬으로 불렀다.
무겁고 남성스럽고 어두운 톤으로 단단한 낮은 음을 내는 모습; 헤비 록 뮤직에 알맞다
허스키하고 거친 소리를 이용, 독자적인 록 음악을 노래하는 모습
이어지는 극도의 하이 록 벨팅!
3옥타브 시 플랫!
3옥타브 솔
마치 숨이 찬 듯한 지친 톤(의도적인 표현)
그리고 피날레는…
4옥타브 레까지 풀 보이스로 부르는 걸작 라이브!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 KBS 방송화면, 유투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