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인터넷 등에서는 현재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이다. 발렌타인데이는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을 숨기기 위해 일본 상인들이 만들어 낸 음모이자 계략이다”며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
즉, 발렌타인데이는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이라는 민족의 아픈 과거를 가리고자 일제가 만들어 낸 하나의 ‘기만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렌타인데이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발렌타인데이의 역사는 지금부터 약 1,700년 전 로마 시대부터 시작된다. 당시 로마 황제는 전쟁에 징집된 군인들이 결혼을 하면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 결혼을 금지했다고 한다. 이에 발렌타인 신부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안타까워 하며 몰래 이들의 결혼을 허락하고 주례를 섰다가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이 발렌타인 신부가 처형된 날이 270년 2월 14일이다. 발렌타인데이의 유래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알려진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초콜릿이 등장하기 전 발렌타인데이는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 마음을 담은 카드나 선물을 주고 받았다.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주고 받는 풍습은 일본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1958년 일본의 제과회사 ‘모리나가’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단 하루 만이라도 여성이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게 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 최초다.
당시 아시아의 여성들은 사랑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진행 당시에는 크게 호응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일본의 마케팅이 이후 한국으로 넘어와 현재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전달하는 풍습이 생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은 일본 제과업체의 마케팅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발렌타인데이와 안중근 의사, 그리고 일본을 서로 연관시키기에는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은 1910년 2월 14일이고 한국의 해방은 1945년에 이루어졌다. 발렌타인데이의 시작은 1,000년을 뛰어 넘는 과거 유럽에서였고, 일본 제과업체의 마케팅은 1958년에 시작됐다. 각 사건들 사이에 세월의 격차가 굉장히 크다.
이러한 사실이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것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많은 네티즌들이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자”며 SNS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안 의사를 추모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 초콜릿, 안중근 의사 광고 ⓒ 경기도 교육청, 고디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