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테이터 허순옥] 하버드의 심리학 교수인 댄 길버트는 전세계적인 행복전문가입니다.
그의 세계적인 저서 <Stumbling on Happiness>는 한국에서도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번역에 문제가 있습니다.
댄 길버트가 말하는 ‘행복’의 심리적인 메카니즘에 의하면 우리는 행복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획득하는데 심리상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죠.
따라서 그는 의도적인, 또는 의식적인 행복 추구의 방식이 가진 오류를 지적하며, 실제로 행복을 획득할 수 방법은 상당한 ‘우연’ 또는 ‘사소함’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가능하다고 설파합니다.
따라서 저서 <Stumbling on Happiness>의 의미는 행복에 걸려 넘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행복은 우연히 발견된다는 의미가 맞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연한 행복의 발견>이라고 번역해야 옳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그의 TED 강연인 <The surprising science of happiness : 놀라운 행복의 과학>도 이런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이 강연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실험 결과치들은 결국 하나를 지향합니다.
‘당신이 선택한 것이든, 그저 주어진 것이든 ‘만족(즉 행복)’은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 손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부존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행복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좀 더 상위의 심리적 체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심리적 면역체계’라고 부르는 심리적 기제에 의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인간이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전전두엽의 놀라운 기능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며 따라서 하루 아침에 부와 명예를 갖든 잃든, 비틀즈의 멤버이든 아니든, 감옥에 억울하게 갇히든 아니든 간에 이런 극(단)적인 경우에서도 사람들은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례를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사회에서는 ‘선택’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며 많은 스트레스를 강요하고 있습니다만, 행복의 관점에서는 ‘선택’이 방해요소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선택의 시간이 길어질 때 사람들은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갈망하며 불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 우리의 심리는 행복을 향해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는 얘기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심리적 면역체계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이 강연의 핵심은 결국 ‘선택’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한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행복한가라는 역설적인 질문입니다.
전설적인 골퍼인 ‘아놀드 파머’는 젊은 시절 자신이 미술과 골프 두 가지에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어느 길을 갈까 고민하다가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 후 곧바로 골퍼의 길을 걸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선택지 중 버려지는 것의 가치는 크지 않습니다. 선택한 것, 주어진 것에 집중할 수만 있으면 분명 ‘행복’ 속에 머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