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방송을 청취함으로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 불면증, 정서불안, 과대망상, 인성변화, 귀차니즘, 대인기피, 왕따, 식욕감퇴, 발육부진, 성적하락, 가정불화, 업무능력 저하, 소득감소, 직장생활 부적응에 대하여 본 고스트 스테이션 제작진 일동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음을 경고 드립니다.
이 기괴한 멘트의 정체는 27일 밤 세상을 떠난 故 신해철 씨의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의 오프닝 문구다. "박테리아처럼 증식하고 바퀴벌레처럼 살아 남아 끝내 우리 승리하리라"는 구호의 이 라디오 프로그램은 신해철이 팬들과 가장 많은 추억을 공유했던 시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팬들 역시 신해철을 추억할 때 '고스트 스테이션'을 떠올릴듯 하다. '고스트 스테이션'은 2001년 4월 1일부터 시작한 라디오 방송. 2012년까지 약 11년 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속에서 신해철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애청자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한 번 '고스트 스테이션', '고스'의 전설적이었던 순간을 짚어보자. 신해철도 그를 유쾌하게 추억하길 바랄듯 하다.
1. 최고의 레전드 사연, '츄파춥스' 사건
'고스트 스테이션' 최고의 사연. 재미있는 사연을 신해철이 맛깔나게 소개하면서 엄청난 폭소와 반응을 불러왔다. 2001년에 나왔던 사연이지만,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재밌다.
내용은 상당히 민망하다. 수학여행에 간 학생 두 명이 밤에 친구에게 장난을 친다고 항문에 '츄파춥스'를 집어넣은 것. 이와 관련된 사연을 읽어주면서 당시 신해철도, 애청자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시 들어도 정말 웃긴다.
2. 당황한 비디오 대여점 사장님, "거기 낙양성의 복수 있나요?"
1978년 대만에서 제작된 무협 영화 '낙양성의 복수'는 액션신이 단 1분도 등장하지 않는 괴작으로 평가받는다. 신해철이 라디오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낙양성의 성주가 암살당한 후 성주의 아들이 소림사에서 자라며 복수를 준비하는 내용.
신해철의 언급 이후 '낙양성의 복수'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DVD, 비디오 대여점에 "낙양성의 복수 가지고 있느냐"란 전화가 쏟아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낙양성의 복수'를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다. 왜냐고? 애초에 없는 영화였다. 즉, 신해철의 '뻥'이었다.
3. 움베르 파르가스 리코타시움을 아시나요?
'마왕'은 생물도 창조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움베르 파르가스 리코타시움'이라는 기생충을 소개했다. 이 기생충은 눈에 기생하는 생물로 평균 수명은 3~7일 정도. 안구 후편에 알을 낳기 때문에 눈에서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 나오면 꼭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라고 덧붙였다.
그 날,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움베르 파르가스 리코타시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괴상한 기생충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봤지만, 그들은 모두 허탕을 쳐야했다. 신해철이 만들어 낸 허구의 생물이었던 것. 요즘도 종종 '움베르 파르가스 리코타시움'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는 고스 팬들이 있다.
4. 날로 먹을 때 쓰는 '삼태기 메들리'
신해철의 방송 의욕이 유난히 떨어질 때는 항상 트는 음악이 있었다. 바로 '삼태기 메들리'. 대한민국 최초의 메들리곡으로 알려져 있는 이 곡은 '고스트 스테이션'의 대표곡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듯 하다.
그렇다면, 신해철은 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이 곡을 틀었을까? 이유는 재생 시간. 이 곡을 듣는데 21분 54초가 걸린다. 신해철은 이 곡을 틀고 도망을 갔다는 후문. 참고로 2005년에 새로운 버전의 삼태기 메들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곡의 재생 시간은 약 25분. 오히려 더 늘었다.
5. 장인어른이 듣는 품격있는 방송, 고스트 스테이션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은 제작진의 경고대로 사실 '품격'과는 거리가 있는 방송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고스트 스테이션'의 품격이 확 높아진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결혼 직전이었다.
당시 신해철은 "장인어른이 이 방송을 들을 거다"면서 품격있는 방송으로 위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위장법은 바로 '선곡'이 포인트. 줄창 클래식만 틀어 고스 애청자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