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남자는 한국철도시설 공단의 간부, 이 부장이었다.
그는 한 업체와의 납품비리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이 부장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입수한 유서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이 부장의 죽음 뒤에 가려진 비밀은 무엇일까.
■ 수상한 공모자들
2012년 이 부장은 호남고속철도 CCTV 사업을 담당했다. 그 사업에는 무려 국고 33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이 사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제조사로 U사가 결정되자 주위에서 독점 의혹이 거세게 제기됐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제작진은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제보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U사가 견적서를 다 작성했고, I사, S사의 이름으로 바꿔서 견적서를 제출했어요. 견적서의 가격 모두 U사가 책정한 겁니다”
- 제보자
“I사와 S사는 U사를 밀어 주기 위해 들러리 선 거죠. 그러니까 U사가 엄청난 가격을 뻥튀기 할 수 있었죠”
- 제보자
제보를 토대로 호남고속철도 CCTV 사업의 내막을 파헤쳐 본 결과, 입찰에 참여한 U사, I사, S사를 경쟁 관계로 볼 수 없는 수상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추적하던 중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부장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 이 부장의 위험한 동행
U사가 주도한 은밀한 공모에 의해 2009년에 1,500만 원으로 납품됐던 한 장비가 2012년엔 2,770만 원으로 무려 2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다. 확인 결과, 2009년의 장비와 2012년의 장비는 기능도 부품도 똑같았다. 그런데 불과 3년 사이 1,270만 원이나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2년의 장비에 6가지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이 취재한 결과, 철도시설공단에서 이야기한 6가지 기능의 제조원가는 약 24만 원에 불과했다.
“공단은 몇백 억원 들어가는 공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최소한 처장급입니다. 아니면 본부장급 그리고 사업 관리 부장 정도면 행동대장이죠”
-한국철도시설공단 시공사 전 관계자
이런 식으로 U사가 부풀린 가격은 약 134억 원.
과연 이 모든 것이 일개 부장이었던 이 부장 혼자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혹시 그의 죽음 뒤에 가려진,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철피아의 실체 - ’철도고’ 가 만들어낸 ‘로비 드림팀’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사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철도고 출신입니다“
- 제보자
과도한 가격 부풀리기로 국민이 낸 134억 원이 U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철도고를 졸업한 한국철도시설공단 간부, 이 부장이 있었다.
그는 U사가 협력사의 철도고 학맥을 이용해 끈을 댈 만큼, 인맥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철도 관계자들은 철도고 영입에 따라 회사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살벌한 로비 경쟁까지 벌어질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공단의 수주율 1,2위를 다투는 한 업체의 경우, 철도 관련 부서에 있는 상무 이상의 임원 총 19명 중 9명이 철도고 출신이었다. 이는 현재 해당 업계에서 철도고의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취재 중, ‘철도고’의 모든 로비가 이뤄진다는 한 권의 책을 입수했다. 업계에서 1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로비 책의 실체를 추적 60분에서 최초 공개한다.
프로그램 : 추적 60분
채널정보 : KBS2
방영일시 : 2014.11.8 오후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