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각각 이성에게 강제 키스를 당했을 때 상대방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경우 각각 법적 판단이 달리 나왔다.
서울고법은 자신에게 강제 키스를 하는 여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앞선 지난 2012년 10월에는 검찰은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혀를 깨문 상황에서 정당방위로 불기소 처분을 한 상황이 있다.
인터넷 게시판 및 SNS에 '남녀차별' 논란이 들끓게 한 두 사건을 오펀에서 비교해 보았다.
▶ 1.강제키스 당한 쪽이 男 → 정당방위 X
*사건 개요
언제 : 2013년 6월, 새벽 4시께
누가 : 남성 A씨(23세·덩치가 작은 편으로 추정), 여성 B씨(덩치가 큰 편, A씨의 여자친구 지인)
어디서 : A씨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지인들 등과 함께 술을 마신 자리에서
어떻게 : 술에 만취해 쓰러져 있던 피고인 A씨에게 B씨가 강제로 키스하려 하자, 회피하기 위해 A씨의 혀를 깨묾.
피해자 상태 : 혀 앞부분 살점 2cm 가량이 떨어져 나감.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혀가 붓고 발음도 잘 안 된다.
피고인 주장 : 만취한 상태였는데, 목을 조르며 추행했다.
*법적 판단
상황 : 2014년 12월 1일 께 2심 판결(1심은 김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판결 결과(2심) : 피고인에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선고
재판부 의견 : B씨가 A씨보다 덩치가 더 크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A씨는 다른 방법으로도 B씨의 행동을 저지할 수도 있었다.
▶ 2.강제키스 당한 쪽이 女 → 정당방위 ○
*사건 개요
언제 : 2012년 6월 11일 새벽 1시께
누가 : 여성 C씨(23세), 남성 D씨(52세·택시 기사)
어디서 : D씨의 집 안(혼자 술을 먹으러 가려 D씨의 택시를 탄 C씨가, D씨의 제안에 의정부에 있는 횟집에서 술을 마신 뒤 함께 D씨의 집으로 감)
어떻게 : D씨의 행동이 수상쩍다 느껴 C씨가 방문을 잠그자, D씨가 방문을 부수고 들어와 C씨의 엉덩이를 만지며 강제로 키스. C씨가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D씨의 혀를 깨묾.
피해자 상태 : 혀의 1/3이 절단. 언어장애 후유증.
*법적 판단
상황 : 2012년 10월 23일, 검찰(의정부지검 형사4부)이 D씨(女)를 불기소 처분
경찰의 판단 : C씨에 '강간미수', D씨에 '중상해' 혐의로 검찰 송치
검찰의 판단 : 일반 시민들이 모인 검찰시민위원회에서 D씨에 대한 처벌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검찰은 불기소 처분 결정
검찰 의견 :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지만 성폭행 위험 상황에서 과도한 대항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적극적인 자기 방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3. 두 사건의 차이
두 사건을 비교해 보면 법적 판단 차이의 결정적 원인을 알 수 있다.
남녀의 차이를 제외하면, 두 사건이 다른 부분은 두 가지다.
1.성추행과 성폭행
1번 사건의 경우 성폭행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적었으며, 2번 사건은 명백한 성폭행 위험 상황이었다.
2.회피 수단의 한정성
1번 사건은 다른 수단으로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혀를 깨물어 중상해를 가했으며, 2번 사건의 경우 혀를 깨물지 않으면 상황을 회피할 수 없었다. 1번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은 "공개된 장소이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 4. 논란의 소지
논란 여부는 두 사건의 상황이 아닌 법적 판단의 결과다.
여성의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으나, 남성은 받지 못했다.
A씨는 심신미약(만취) 상태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B씨에게 갑자기 목이 졸렸고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 이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혀를 깨문 것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감형 사유에만 해당됐다.
두 판결 결과 대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격렬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의를 제기하는 쪽은 "성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찬성하는 쪽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종합 해보면 "두 사건의 차이는 명백히 구분해야 할 것이나, 판결에 있어서는 남녀의 성별차가 배제된 더 공정한 판결을 요구한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정리된 의견이라고 판단된다.
[사진 ⓒ 오펀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