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툰 작가 중 독자들의 가장 큰 반발을 산 작가로 양영순을 꼽을 수 있다.
방대한 세계관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다양한 에피소드 등으로 만화 마니아들에게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4년간 연재된 '덴마'.
그러나 연재 기간에 비해 스토리 진행이 더뎠고, 작품의 설정은 점점 복잡해져 갔다. 마감 시간에 늦거나 연재분이 빠지는 사례가 속출한 끝에, 결국 지난 7월 말부터 휴재 상태다.
연재 재개 시점도 공개하지 않아 독자들은 '혹시 연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원작자인 양영순 작가는 카카오페이지에 '준의 알람'이라는 다른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상황. 독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납득하지 못한 채 "'덴마'에 집중해 달라"고 양 작가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덴마'는 휴재의 늪에서 벗어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일부 독자들은 양영순 작가를 일본 만화가 '토가시 요시히로'에 비유한다.
토가시가 연재 중인 '헌터X헌터'는 누계 판매부수 6000만부 이상인 인기작이지만, 계속된 연재 중단으로 독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토가시병(冨樫病, 다른 말 토가시즘·부정기 연재 중단 증후군)'말이 일본에서 발생했고, 별다른 이유 없이 연재를 중단하는 만화가를 비꼬는 말로 사용된다.
지난 10월 9일 일본 커뮤니티 '2ch(니챤네루)'에는 이 '토가시병'에 걸린 작가를 소개해 달라는 스레드가 열리기도 했다(☞링크 http://www.logsoku.com/r/news4vip/1412861480/ ). 해당 내용은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번역해 게재한 뒤 국내 여러 커뮤니티에 널리 퍼졌다.(☞링크 http://waterlotus.egloos.com/3495032 )
오펀에서는 2ch에서 언급된 작품 중 대표적인 것에 대해 순위를 매기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다.
1위. 토가시 요시히로 '헌터X헌터'(이하 작가, 작품명 순 기재)
'토가시 병'의 창시자. 연재 시작 뒤 연재가 안됀 기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더 길 정도. 수개월에서 최대 1년 반까지 휴재를 반복하고 있어 독자들의 원성을 샀다. 심지어 작품을 완성하지 않고 콘티(러프 스케치로 작품의 대략적 구도를 잡은 것)로 연재했다.
2위.하기와라 카즈시 '바스타드'
사실상 '부정기 연재 중단 증후군'의 원조로 꼽히는 유명한 작가. 연재 10년째인 1997년부터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스토리를 중단하고, 미완성 원고를 잡지에 게재하는 등의 불성실한 태도로 파문을 일으킨다. 또한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의 질문 게시판에 휴재에 대한 지적글이 올라오자, 다른 필명으로 반론을 적었던 것이 발각됐다고 한다.(내용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http://ja.wikipedia.org/wiki/萩原一至)
3위.스즈에 미우치 '유리가면'
누적 판매 부수 5000만부 이상의 대작. 국내에서 연극으로 각색돼 공연된 바 있다. 1997년 연재가 중단, 11년 뒤인 2008년에 연재가 재개됐다. 1975년부터 연재된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은 공중전화와 구형 집 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연재가 재개되자 이들이 갑자기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펀에서는 연재 재개 당시 스즈에 미우치가 NHK 방송에 출연해 작품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이미 생각해 둔 결말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확인했다.
4위.나가노 마모루 'The Five Star Stories'
1986년부터 연재. 연재 20년째 완결이 되지 않고 있다. 2004년 12월 휴재해 9년 뒤인 2013년 5월에 연재를 재개했다.
5위.에구치 히사시 '스톱 히바리군'
1981~83년까지 2년간 연재, 이후 미완성 상태로 작품을 방치하다가 27년 뒤인 2010년 완결시켰다. 그것도 단행본을 새로 발매하면서 21페이지 정도의 작품 해설, 5페이지 정도의 결말 에피소드를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완성인 채 버려진 이 작가의 작품은 그 밖에도 11편에 이른다.
6.타카야 요시키 '강식장갑 가이버'의 작가
1985년부터 연재를 시작했으나, 거듭된 휴재와 편당 페이지 수 감소가 거듭되고 있다. 29년간 발간된 단행본은 28권에 그치고 있다. 작가가 작품에 대한 애착이 없어 연재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7위.사다모토 유시유키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 판에 선행해 연재하는 방식으로 1995년 2월부터 연재가 시작됐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종료 뒤부터 1년 이상의 장기 휴재가 거듭됐고, 결국 2013년 7월 연재가 종료돼며 18년간 장기 연재됐다. 마지막 단행본인 14권이 지난달 20일 발매됐는데, 해당 소식은 일본의 한 포털 사이트 뉴스란에서 연예·취미 란 주요 기사로 편집됐다.
웹툰작가들의 휴재는 만화 대국 일본의 사례를 봐서도 알겠지만 앞으로 국내 웹툰 작가들에게 더 자주 나타날 현상으로 보인다.
작가도 사람인만큼 잠시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으며,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연재에 지쳐 기운을 잃은 만화가들이 다시금 팬을 잡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오기를 응원해주자.
[사진 = 웹툰 '덴마', HUNTER X HUNTER ⓒ 네이버 웹툰·소년 점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