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행동을 선택할 때,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쓰는 뇌와 구분이 되어 있는 반면, 이타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쓰는 뇌와 타인을 위해 쓰는 뇌가 동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써, "타인을 위하는 것이 곧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는 뇌과학으로 입증의 단계로 들어섰다. 이기적인 유형의 사람들이 제기해왔던 "그게 왜 같은 것이냐"는 의문도 동시에 해결된 셈.
또한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할 때 계산적인 뇌를 쓰는 반면, 이타적인 사람은 직관적인 뇌를 쓴다는 결론.
따라서 이기성과 이타성은 감성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로 결착되는 것일까? 즉, 이타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비난은 그저 뇌의 사용법이 다르다는 것으로 끝나는 걸까?
이런 결론은 아직 이른 듯하다. 뇌 사용 부위가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는 왜 다르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기제에 대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단지 이번 실험으로 그 시작의 토대가 마련된 것.
구체적인 실험 내용은 이렇다.
고려대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와 설선혜 박사팀은 10일 실험 참가자들이 과제를 수행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 조사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과제수행 점수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이롭게 또는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다음 도형 중에서 정답 하나를 선택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fMRI로 뇌 활성부위를 촬영했다.
참가자들은 도형 선택 과제가 끝난 다음 점수에 따라 자신 또는 타인이 불쾌한 소음에 노출되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안내를 받고 과제를 수행했다. 자신이 높은 점수를 얻으면 그만큼 자신 또는 타인이 소음을 들어야 하는 시간을 줄어드는 식이다.
이타적 성향 참가자들은 자신과 타인을 위한 선택에서 모두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활성이 증가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선택 학습은 잘하지만 타인을 위한 선택 학습을 잘 못하는 이기적 성향 참가자들은 자신을 위한 선택에서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타인을 위한 선택에서는 '배내측 전전두피질'이 각각 활성화됐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직관적이고 자동적인 선택의 가치를 계산하는 부위로, 배내측 전전두피질은 더 분석적인 가치판단을 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연구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