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려져도 처벌은 받는다.

한 50대 목사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최근 그루밍 성범죄가 또다른 화두다. 그루밍 성범죄는 서로 간의 관계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심리를 지배하면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의미한다. 주로 가해자가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와 친분을 쌓고 교감한 뒤 피해자의 마음을 지배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

이는 일반적인 성폭력과 다르다. 일반적인 성범죄는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행위를 하는 것이지만 그루밍 성범죄는 폭행이나 협박 등 없이 정신을 지배해 성적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이 우월한 위치는 상황에 따라서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이 목사 A씨의 경우도 그랬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서울 소재 한 교회에서 목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때 그는 한 자매와 친하게 지냈다. A씨와 이 자매는 식사를 하거나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못된 마음을 품고 말았다. 그는 10대인 이 자매에게 성추행을 가했다. A씨는 교회의 목양실 등에서 자매들에게 치료를 빙자해 수 차례 성추행을 했다. 특히 자매의 동생은 이 때 초등학생이었다. 당시 이 자매는 이 행위가 성추행이라는 것을 몰랐다. 자매는 교회를 떠나고 수 년이 지나서야 대화를 나누던 중 서로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에서 A씨는 강력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친하게 지내왔고 수 년이 지나서야 피해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들이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A씨를 부모처럼 따르고 목사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라면서 "A씨를 목사로 깊이 신뢰하고 A씨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음을 고려하면 범행 직후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지위나 범행 방법 등 고려해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면서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들과 그 모친을 협박하는 등 고통을 가중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유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