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받는 건데 왜 사행이죠?"
한국에 상륙한 '돈 버는 게임'이 연일 게임업계를 달구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게임은 지난달 16일 나트리스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일일 미션을 수행하면 '무돌 코인'(가상 재화) 100개를 준다. 무돌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클레이'로 교환할 수 있다.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해당 게임에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게임 규제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을 이유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국내 처음으로 돈 버는 게임이 생사의 기로에 선 가운데 게임 이용자들은 '사행성'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나섰다.
◇ 게임 이용자 "무한돌파 삼국지엔 사행 요소 없는데?"
게임산업진흥에 관련 법률 제 32조에는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게임은 국내 유통이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말 해당 게임이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 되느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련 법률은 '사행성 게임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경륜·경정·경마·카지노를 모사한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이다.
우선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밀려오는 적을 막는 이른바 '디펜스'(방어) 게임이다. 베팅이나 배당 내용은 없다. 경륜·경정·경마·카지노를 모사한 게임물도 아니다.
관건은 '우연적인 방법'(확률)으로 게임의 결과가 결정되느냐는 것. 이용자들은 우연적인 방법이 아닌 '시간'을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 이용자 A씨는 "게임에 돈을 넣은 것도 아니고 단지 일일 퀘스트(임무)를 수행해서 돈 버는 건데 왜 그게 도박인가"라며 "내가 시간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주장했다.
◇ 돈 버는 게임은 '노동'이었다
실제 기자가 돈 버는 게임을 이용해본 결과, 돈은 '우연적'으로 오지 않았다. 오직 '시간'이 필요했다.
무돌 코인(가상 재화)을 획득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미션 수행이다. 미션은 주로 △병사 500명을 처치하기 △훈련도감(맵) 완료하기 △보급창고(맵) 완료하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일 미션은 난이도가 높지 않아 게임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도 30분~1시간을 투자하면 완료할 수 있었다.
심지어 '과금'도 필요 없었다. 물론 유료 아이템이 있었지만,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충분히 미션을 완료할 수 있어 돈으로 캐릭터 능력치를 높여야 할 필요가 없었다.
즉, 돈 버는 게임은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버는 '노동 게임'이었다. 도박·경마·복권·카지노처럼 돈을 넣고 더 큰 돈을 얻으려는 사행성 게임과는 차이가 있었다.
◇ "새로운 직업…게임 노동자의 탄생"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돈 버는 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운영하는 '제프리 저린' 대표는 게임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프리 저린은 지난 9월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전통적인 게임 산업은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고 옷, 아이템, 게임 내 자원을 판매한다"면서 "중요한 건 이용자가 게임에서 쓰는 돈이 모두 게임사에 간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게임은 아이템 가치의 95%가 사용자에게 돌아가고, 게임사는 수수료 4.25%를 가져간다"며 "전통적인 게임 모델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돈 버는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문화와 경제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의 직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엑시인피니티는 동남아 국가에서 '생계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게임 일일 이용자수는 140만명. 월 수익금은 70만~100만원 수준이다. 한국서 전업으로 삼기엔 부족한 액수지만, 필리핀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어 "게임 노동자는 우버 기사나 카카오 택시 기사처럼 과거에 없는 새로운 직종이다"며 "저는 이게 직업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구글 플레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