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폐지 대신 시한부 유예로 가닥이 잡혔다. 임기 최소 3개월의 장관이 향후 여가부 개편을 지휘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이르면 10일 경제팀을 시작으로 내각 인선을 직접 발표한다. 여가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한국행정학회장인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황옥경 서울신학대 아동보육학과 교수,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를 공언했음에도 한 발 물러선 이유는 여소야대 지형에서 초반부터 논란을 끌고가기 보다 시급한 민생 현안을 우선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장 여성단체의 거센 반발도 부담이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 가장 큰 임무는 향후 여가부 개편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 7일 오전 브리핑에서 "임명된 여가부 장관은 조직을 운영하면서 그 조직에서의 문제점이 뭔지, 국민을 위해 나은 개편 방향이 있는지에 대해 계획을 수립할 임무를 띠고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부처 명칭은 여가부에서 '여성'을 빼고 미래가족부로 재출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만들겠다는 것도 윤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8일 인수위원회 내 인구 감소 등 인구 정책을 수립할 '지속가능한 인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미래가족부는 여가부 공약에 대한 실천 단계와 맞물려 기존에 검토되던 내용과 정합성 등을 재고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이뤄진다"며 "(TF가) 여가부 폐지 대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가족부로 새 출범하게 된다면 여가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성평등 정책은 어떻게 지속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평등 정책을 지속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에서 성평등 정책 지속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둘지, 새 부처에 담아야 할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평등 정책을 부처마다 나눠 추진하고, 이를 총괄하기 위해 대통령실 민관협력위원회 중 하나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모든 부처는 양성평등 원칙에 의해 소관 정책을 사전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며 "양성평등은 범분야 이슈로 정부 정책 전반에 양성평등 원칙이 적절히 반영돼 있는지 검토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수정을 요구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여성 성평등 분야를 대통령실 위원회 중 하나로 편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1998년 여성 특위 경험을 통해 이미 효과성 검증은 끝났다"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저출생 정책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일자리, 돌봄 정책도 수반되는 만큼 성평등 정책을 따로 떼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인수위는 급진적인 여가부 폐지 대신 유예로 시간을 번 만큼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여성단체를 설득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안 위원장은 "야당(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견해가 있을 수 있어 새 정부는 시급한 민생 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하고 야당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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